충북문화재단의 지역협력형 사업 지원 대상 선정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오던 충북예총의 문상욱 회장이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돌연 사퇴 의사를 밝힌 데는 충북문화재단의 ‘감사원 감사 청구’ 압박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어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충북문화재단과 충북도는 “협의 과정에서 ‘감사원 감사’가 거론됐지만 충북예총의 요구사항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언급됐을 뿐 협박은 없었다”며 “감사원의 감사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는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 16일 문 회장의 기자회견에 이은 ‘충북예총의 사과 성명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재단 강형기 대표는 ‘우리 지역의 문화발전을 위해서 참으로 하기 싫은 결단이지만 엄정한 심판을 받고자 스스로 피감기관이 되기를 자청하려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었다’고 밝혔다.

이는 초유의 결의대회와 1인 시위 등 재단의 입장에 강력 반발해오던 충북예총 문 회장이 느닷없이 예총 회원들이 너도나도 비난하는 사과를 하고 돌연 사퇴한 이유가 ‘감사원 감사 청구’ 아니겠냐는 의혹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충북예총 모 관계자는 “충북예총 비상대책위원회가 재단에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하자 재단이 감사 청구를 하겠다는 답변을 했다”며 “문 회장은 예총의 문제 제기로 충북 문화예술단체가 감사를 받아 예술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것을 우려해 사과 기자 회견을 열고 사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관계자도 "문 회장이 저돌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외부에서 하자는 대로 하는 사람도 아니다"라며 "아무 이유 없이 이런 황당한 결정을 내렸으리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는 공정성을 위해 문화재단, 충북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민예총, 예총 등 각계가 동참키로 했으나 일부 단체가 참여를 거부해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충북문화재단과 충북도는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주최해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 ‘감사원 감사’를 거론한 것으로 보여진다.

충북도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충북문화재단도 엄정한 심판을 받고자 스스로 피감기관이 되기를 자청하는 의미에서 거론된 것”이라며 “감사원에서는 실제로 감사가 이뤄질 수 없고 도 감사관실에서 내사 형태로 감사가 가능하다. 충북문화재단이 먼저 감사를 받겠다는 의미에서 거론된 것이지 그 자리에서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협박한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안에 대해 문화재단 김희식 문화사업팀장은 이를 취재한 모 언론사 기자에게 지난 18일 늦은 시간 전화를 걸어 “이미 다 끝난 얘기인데 왜 보도를 하려 하느냐”며 보도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편, 19일 오후 상임이사회를 연 충북예총은 문 회장의 사퇴 배경과 충북예총의 향후 움직임에 대해 20일 서면으로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