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주시가 조례 개정을 통해 의무휴업을 재지정한 지난 22일 이마트 청주점을 찾은 시민이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전국적으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이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충북 청주시에서도 이를 둘러싸고 시와 대형마트 측의 날선 대립각이 계속되면서 줄 소송이 예고되는 등 지자체와 마트 간 공방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청주시와 전주시가 지난달 서울행정법원 판결에서 드러난 법리적 미비점을 보완, 개정된 새 조례로 행정처분을 다시 내리자 대형마트 측은 이것 또한 법적 절차를 무시한 행위라며 소송을 걸고 나섰다.

청주지법 등에 따르면 롯데쇼핑·홈플러스 등 지역 대형마트 7곳은 최근 ‘영업시간제한 등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 대한 본안선고가 있을 때까지 영업정지 효력을 정지시켜달라고 법원에 요청, 인용됐으나 시의회가 조례를 개정해 지난 22일 영업이 무산되자 24일 다시 행정처분 취소 청구소송과 효력정지 신청을 동시에 제기했다. 앞서 유통업체들은 지난 20일 전주시를 상대로도 동일한 소를 제기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또 시의회가 ‘휴업을 명해야 한다’를 ‘휴업을 명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바꾼 개정 조례가 상위법인 유통산업발전법과 부합된다며 시가 행정명령을 내림에 따라 현재 낸 소장을 변경하거나 다른 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시는 개정조례 공포 후 8일간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지난 19일 행정처분을, 청주시는 19일 새 조례를 공포하고 하루만인 지난 20일 행정처분을 내렸다.

유통업체들은 행정절차법상 자치단체는 조례 공포 후 ‘상당 기간’ 규제 당사자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전주시의 ‘8일’과 청주시의 ‘1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며 “법대로 따져보자”고 벼르는 중이다.

유통업체들은 “전주시의 경우 의견 수렴기간이 짧았음은 물론, 공청회를 열어 마트에 납품하는 농민들 입장을 들어보자는 시의 제안도 거부했다”며 “청주시는 조례 공포 후 의견수렴 절차를 아예 무시, 법적으로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기본적으로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을 유지할 방침이다. 이미 조례를 개정한 인천시 부평구와 강원도 속초시는 의견 수렴 기간을 충분히 갖고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며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청주시의 경우 유통산업발전협의회에서 대형마트 측의 의견을 수렴 후 의무휴업 등을 유지하기로 했는데 이제 와서 딴 소리를 한다는 입장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당초 의견 수렴 기간이 이슈였지만 유통업체들이 처음 소송을 제기한 건 지난 6일이었다. 그때부터 의견을 모으고 시에 그걸 제출할 준비가 돼 있었을 것 아닌가. 그 기간도 상당한 기간에 해당된다”며 “의견 제출 기간을 달라고 하는데 다음 의무휴업일이 다음달 12일이다. 그 사이에 의견을 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원군과 충주시 쪽에서도 같이 소송을 제기했다고 하는데 청주와 전주에서 집행정지 사례를 이끌어내 자기들이 유리하도록 할 속셈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