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군 오창농협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APC)의 학교급식지원센터 물류기지 지정을 둘러싼 청주농수산물도매시장 상인들과 청주시의 대립이 극을 달리고 있다.

시는 지난달 30일 도매상인들이 주축이 된 청주시농수산물도매시장대책위원회의 현안사업에 대한 질의에 유통업체들의 소득을 보전할 타협 방안을 수립 중이라고 했다.  “도매시장 내 국유지를 매입해 장기적으로 잔류농약검사시설 등을 세워 시장이 경쟁력을 갖게 하고 오창 APC는 청주·청원지역 농산물만 학교급식에 공급할 뿐 타 지역 농·축·수산물과 가공품은 취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는 또 “기존 학교급식사업자가 타 지역 농산물·가공품을 학교 배송 시 오창 APC의 농산물을 통합 배송해주면 배송비용을 지급하고 현재 청주농협이 학교급식용으로 공급하는 직지쌀 등 지역 브랜드쌀 배송권을 유통업체에 주는 방안을 농협과 협의 중”이라며 이와 같은 내용을 지난 1일 주요 업체 등에 서면 통지했다.

그러나 도매상인들은 이 같은 시의 ‘절충안’에 바뀐 것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청주시농수산물도매시장대책위원회 관계자는 5일 “말 가지고 장난한다”며 “자유시장 체제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잔류농약검사시설 등을 장기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하나 농산물 안전성 확보는 개설자의 의무이고 최우선적인 일”이라며 “시의 의지만 있으면 6개월 안에 시설을 갖출 수 있으며 예산에 대해선 도매시장도 고통 분담 차원에서 부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창 APC에서 청주·청원지역 농산물만 공급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도매시장에서도 지역 농산물이 차질 없이 공급되고 있다”며 “계약재배를 한다고 하는데 거기에 참여하지 못 하는 대다수 농민에 대한 역차별은 왜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창 APC가 진정 품질·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면 학교급식에 기존 업체와 경쟁해 진입하면 된다”며 “오창 APC는 설립 목적에 맞게 친환경 농산물만 취급해야 한다. 오창 APC 지정은 뭔가 특혜를 주려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6일 오후 상당구 상당공원에서 청주시청까지 행진하는 가두집회를 열고 자신들의 주장을 대외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이날 집회에는 도매시장 상인들과 출하 농민 등 3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며 대책위는 집회의 성과가 미미할 시 전국 도매시장 및 진천·음성·괴산·보은농민회 등과 연대해 같은 장소에서 다시 한 번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처럼 도매상인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데 대해 시는 “밥그릇 싸움”이라며 기존 사업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시 관계자는 5일 “도매시장의 물동량이 1천300억원 가량 되는데 이 중 지역 농산물은 30억원 정도 된다. 이걸 가지고 도매시장 기능이 축소된다는 건 말이 안 되다고 본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산물 수입 개방에 따른 농민 피해를 줄이기 위함인데 상인들은 자신들의 ‘파이’가 줄어드니까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창 APC는 농식품부의 ‘학교급식 우수 농수산물 공급 확대 시범사업’에서 연합 시·군 모델에 선정된, 법적으로 하자 없는 새로운 체계”라며 “계약재배는 이미 검증된 각 지역 작목반과 할 것이고 그러면 작목반에서 농가와 연결해 줄 것이다. 도매상인들의 말대로라면 작목반에 속할 수 없는 소규모 농업인들까지 전부 포괄해야 하는데 적당한 수준이 못 되는 농민들까지 참여시킬 수는 없지 않나. 그런 농민들은 육거리시장 등에 직접 출하하는 방법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약재배를 하게 되면 농민은 계약을 유지하려고 좋은 농산물 생산에 힘 쓸 것이고 계약 대상이 되지 못 하면 계약을 하기 위해서라도 더 좋은 농산물을 가꾸려 노력할 것 아닌가. 결국 좋은 농산물이 학교급식에 사용되도록 하는 길인데 그런 좋은 쪽으로는 보지 않는 시각 차이가 아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