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주농수산물도매시장 상인들이 농산물을 차량에 싣고 있다. 시의 학교급식지원센터 물류기지 선정에 대한 반발심 때문인지 이날 상인들은 사진 촬영에 유독 곱지 않은 눈길을 보냈다.

청주시가 청원군 오창농협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APC)를 학교급식지원센터 물류기지로 지정한 데 대해 납품업체와 청주농수산물도매시장 상인들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납품업체들은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며 지난달 24일 청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가졌고 도매시장 상인들 역시 편의에 의한 행정이라며 시를 비판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사단법인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김성천 충북지회장을 30일 만나 도매상인들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봤다.

▲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김성천 충북지회장

김 지회장은 학교급식지원센터를 둬야 한다면 도매시장에 둬야지 왜 오창에 두느냐며 시를 비판했다.

“오창 APC가 시설이 좋아서 그 곳을 선택했다고 하는데 도매시장에도 그런 시설을 지을 부지가 있습니다. 도매시장 주차장에서 신봉동 성당까지 사이에 공터가 500평 정도 있어요. 그런데 청주·청원이 통합도 안 된 상황에서 관내도 아닌 오창에 센터를 두겠다는 건 통합을 염두에 두고 특혜를 주려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어요.”

김 지회장은 오창농협과 농민들이 계약재배로 농산물을 공급하도록 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농사 짓는 가구가 청주에 2만 가구, 청원에 3만 가구 가량 됩니다. 그런데 이들이 전부 계약재배에 참여할 수 있나요? 확실하지 않지만 아는 사람 위주나 주변 지역 농민들에게 우선권이 가겠죠. 5만 가구에서 1%만 참여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나머지 4만9천500가구는 참여도 못 해보게 됩니다. 또, 계약재배 시 농산물 품질이 좋든 나쁘든 참여 농민들은 일정액을 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 농가는 그럴 수 없어요. 다른 농민이 더 싸고 좋은 물건을 납품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일입니다.”

그는 시가 시장원리를 무시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개방된 도매시장을 통해 누구나 들어와 농산물을 팔고 누구든 알아서 좋은 물건을 골라가는 게 자연스러운 시장원리인데 그런 부분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시는 중간 단계를 없애서 더 많은 혜택이 농민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는데, 일단 얘기 자체는 맞습니다만 오창 APC를 통해도 바로 직접 공급되는 게 아니죠. 선별 등 중개 과정이 다 생깁니다. 도매시장은 이미 그 과정 역할을 하는 것인데도 시는 농산물이나 유통 과정의 특성을 생각 안 한 전형적 탁상행정을 펼치고 있어요.”

김 지회장은 한범덕 청주시장 면담 시 시장이 도매시장에 피해가 없도록 방안을 강구하라고 담당 부서에 지시했는데도 명확한 답변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시장이 1~2년 유예기간을 두는 등 3개 방안을 지시했는데 깜깜무소식이에요. 차후 상황을 봐서 오는 6일 도매시장이 주축이 돼 상당공원에서 시청까지 행진하는 가두집회를 열 겁니다. 시는 학생들에게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는데 저희는 우리도 그런 시설을 갖추고 그렇게 하겠다는 입장이에요. 그런데 그럴 기회를 안 줍니다.”

김 지회장은 도매시장 상인들의 분위기도 덧붙였다.

“도매시장은 시가 개설한 공영시장이에요. 시가 지원·육성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거죠. 그럼에도 시가 오창 APC를 지정한 걸 상인들은 처음엔 몰랐다가 상황을 알고 난 뒤엔 우리 입장을 반영시켜야 한다며 격앙돼 있습니다. 시가 내일 쯤 절충안을 내놓겠다고 하는데 모쪼록 좋은 방안이 나왔으면 합니다.”

한편, 시 관계자는 이날 “청원 오창농협 APC의 학교급식지원센터 물류기지 선정을 재고할 수는 없지만 대신 유통업체들의 소득을 보전할 타협 방안을 수립 중"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시는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가공품은 기존대로 학교별 입찰에 참여, 공급하면서 오창 APC의 농산물을 통합 배송하는 방안을 유통업체에 제시할 예정이다.

시는 또 직지쌀 등 현재 청주농협이 학교급식용으로 공급하는 지역 브랜드쌀 배송권을 유통업체에 주는 방안을 농협과 협의 중이며 이르면 1일 이 방안을 주요 업체에 서면 통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시와 대립각을 세우던 지역 유통업체들의 반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