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충북도당이 자당 시의원들의 합의를 어긴 채 출마해 부의장에 당선된 당 소속 최광옥 청주시의원의 징계 문제를 놓고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당 소속 시의원들이 최 의원 징계를 요구한 지 10여 일이 넘도록 징계 여부를 결론 내지 못하면서 충북도당이 딜레마에 빠졌다.

황영호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시의원들이 최 의원 징계 요구서를 제출한 것은 지난 11일.

내부 경선을 통해 박상인 의원을 자당 몫 부의장 후보로 선출했으나 최 의원이 본회의에서 독자 출마해 민주당의 지원을 받아 부의장으로 당선됐다며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충북도당은 지난 16일 처음 소집한 뒤 23일까지 모두 세 차례 윤리위원회를 열었으나 최 의원 징계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부의장 선출 과정을 둘러싼 양측의 상반된 주장을 확인한 것이 고작이다.

충북도당의 한 관계자는 "양측의 입장이 워낙 팽팽하게 맞서 진실을 밝히려면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곧 결론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충북도당이 대선을 앞두고 `바닥 조직'이 적전 분열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 의원을 징계하면 다수 시의원의 불만은 무마할 수 있겠지만, 자칫 최 의원 불만이나 그의 지지세력 이탈로 이어질 수 있고, 반대의 경우 다른 시의원들의 더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한다는 얘기다.

최 의원 징계가 민주당 탓으로 돌렸던 청주시의회 원 구성 차질의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점도 새누리당이 `장고'를 거듭하는 이유로 꼽힌다.

공교롭게도 부의장 선출 파문으로 원구성이 파행을 겪는 과정에 대형 마트들이 의무 휴업을 강제한 청주시 조례 제정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했다.

조례를 시급히 손질해야 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시의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단순한 부의장 징계 문제를 넘어 자칫 자리다툼 때문에 긴급한 현안을 외면한 정당으로 비판받을 수 있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그럼에도 당내에서조차 충북도당의 미적미적한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한 지방의원은 "시간을 끈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누가 해당 행위를 했는지를 분명하게 가려 엄정하게 처벌, 기강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도당의 한 당직자도 "대선을 앞둔 중요한 시점"이라며 "악재는 빨리 털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조직을 추슬러야 한다"고 밝혔다.

윤진식 신임 충북도당위원장이 지난 10일 취임 이후 직면한 가장 민감한 문제라는 점에서 최 의원 처리 문제가 윤 위원장의 리더십을 확인하는 정치적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