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의 행정구역 통합이 가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청원군의 통합 당위성 등 홍보는 활발한 반면 청주시의 활동은 부진해 시의 통합 의지에 진정성이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는 외부에 알리는 창구를 일원화하고 선거법 저촉 여부도 확인해야 하는 등 여러 사정이 있어 그렇게 보일 뿐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청원, 상생안 배부·주민투표 포스터 게시 등 분주

군에 따르면 다음달 21일부터 양 지역 행정구역 통합 전제조건인 '상생발전방안' 39개 항목 중 시내버스 요금단일화가 첫 번째로 이행된다. 양 지역 시내버스 요금은 현근 기준 1천150원이며 군 전 지역에서 시내버스로 청주지역 어디를 가도 이 요금이 일괄 적용된다.

미원면 기암리 무중골의 경우 주민들이 청주를 왕복하려면 7천800원을 내야 했으나 이젠 2300원만 내면 된다. 교통카드로 결제하면 100원 더 할인되고 1회(30분 이내)에 한해 무료 환승도 가능하다.

양측이 이견을 보였던 시내버스 요금단일화에 따른 예산 배분도 양 시·군이 각각 8대 2 분담에 합의했다.

군은 또 군민협의회의 상생발전방안을 담은 홍보물을 제작, 이번 주 중 청원군 전체 6만2천339세대에 배부할 계획이다. 최근 이종윤 군수가 발표한 주민투표 실시 건의 담화문도 포스터 형식으로 제작했으며 이를 590개 행정리 마을회관 게시판에 부착하고 아파트는 관리사무소와 엘리베이터 내에 게시할 예정이다.

이밖에 오는 3일 군민협의회와의 회의에서도 추가 홍보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며 투표율 제고를 위해 선관위와 투표소 증설, 차량 운행 등을 긍정적으로 협의 중이다.

이종윤 군수 역시 통합을 적극 반대하거나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던 예전의 군수·국회의원과 달리 소신을 갖고 통합 달성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이 군수는 총선이 끝난 지난 12일부터 게이트볼대회, 여성단체 워크숍, 농민단체 교육,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 오송생명단지 보건지소 준공식, 청원문화원 운영위원회, 오창호수공원 유래비 제막식 등 각종 행사장에 빠짐없이 찾아가 청주·청원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4일에는 청주상당경찰서에서 직원 200여명을 대상으로 특강하기도 했고 이어 27일 오전 오창 호수공원에서 열린 자원봉사자 화합대회에서도 오는 6월 말 치러지는 주민투표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호소했으며 농협 청원군지부를 방문, 임직원들에게 주민투표 홍보를 당부했다.

군 관계자는 “실패했던 지난 세 차례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민간 주도의 통합을 추진 중이기 때문에 군민협의회에 민간 위탁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홍보에 5천만원 가량을 사용했고 올 추경에 더 증액 계상할 방침”이라며 “미원면 등 반대가 많았던 농촌지역도 이번 버스요금 단일화가 작용, 통합 공감대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청주, 농번기 일손돕기 등 외엔 특별한 홍보 없어

반면 청주시는 농번기 일손 돕기, 시민신문 기사 게재, 청원에 주소를 둔 청주지역 기업 종사자에 협조 요청 등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홍보 활동이 없다.

각종 행사장을 발로 뛰며 통합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주민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이 군수와 달리 한범덕 시장은 여타 행사장에서도 통합에 대한 언급을 가급적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통합을 적극 지원해야 할 청주시가 과연 통합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여기에 통합이 성사돼 관할구역이 넓어지면 출·퇴근 거리가 늘어나고 생소한 농촌행정을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 등 때문에 시가 통합에 소극적이지 않느냐는 이야기마저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청주시는 “우리도 답답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시 관계자는 “대체적으로 청주시민이 청원군에 가서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 공무원 간 활동은 가능한지, 청원군에 현수막 등 홍보물 게시해도 되는 건지 등 청원군을 넘나드는 문제가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어 당장 행동에 못 옮기고 있는 실정”이라며 “최근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그 결과가 이번 주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추후 홍보 활동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기 때문에 복안이 있긴 해도 얘기를 못 하고 있어 우리도 답답하다. 아마 시장님도 같은 생각이실 것이다. 절대 통합에 부정적이지 않다. 시가 치고 나가면 반대하는 쪽에서 삐딱하게 볼까봐 섣불리 나서지 못 하는 부분도 있다. 일을 그르치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한 시장은 한 시장은 30일 오전 열린 월간업무보고회의에서 "청원군의 주민투표와 관련해 청주시가 실무적으로 해야 할 일을 꼼꼼히 챙기고, 군의 협조 요청이 있을 때는 전 행정력을 집중해 협조하라"며 "특히 통합에서 가장 중요한 시내버스 요금단일화가 5월 중 시행되는 만큼 해당 과의 정밀작업에 맞춰 다른 부서에서도 거기에 걸맞게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시의 관계자는 “청원군이 통합에 더 적극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외부 홍보 창구를 청원군으로 단일화했기 때문”이라며 “군이 통합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시가 앞서서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 결코 소극적이어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