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되면서 경찰의 검찰 내사지휘 거부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전과 충북서도 처음으로 내사 지휘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음성경찰서는 4일 청주지검 충주지청의 진정사건 내사 지휘를 거부했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충주지청은 전날 건설업체의 횡령과 무허가장비 사용 의혹을 담은 진정서를 음성경찰서에 보냈다. 그러나 이 경찰서는 진정서를 접수하지 않고 4일 오후 2시께 검찰에 반납했다.

도내 경찰이 검찰의 내사 지휘를 거부한 것은 지난 1일 개정 형사소송법이 발효된 이후 처음이다.

음성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수사에 대해서는 검찰 지휘를 받지만 진정서나 탄원서에 대한 내사는 접수하지 않는다는 본청 방침에 따랐다"고 말했다.

충주지청의 한 관계자는 "내사도 수사의 일부이기 때문에 경찰은 검찰 지휘에 따라야 한다"면서 "향후 진정인이 고소장이나 고발장을 제출하면 다시 지휘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경찰도 검찰의 내사 지휘를 거부했다.

4일 대덕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일 대전지검이 경찰에 보낸 송치서류 중 행낭에 끼어 있던 내사 지휘 진정사건을 발견했다. 경찰은 본청과 논의한 결과 서류를 돌려보내기로 하고, 이날 오전 검찰에 서류를 되돌려 보냈다.

진정사건의 내용은 동구의 한 마을 회관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부 주민의 횡령의혹에 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진정인들이 이전에도 경찰에 여러번 진정을 제기했던 사건"이라며 "확인결과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린 사건이기 때문에 검찰로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대구 수성·성서경찰서, 인천 중부·부평경찰서, 전주 덕진경찰서 등이 검사 내사 사건을 접수 거부하는 등 일선 경찰서의 내사지휘 거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한편 지난 3일 경찰청은 '검찰이 경찰에 수사지휘를 할 수 있지만 검찰에 접수된 내사 및 진정사건은 접수 거부할 수 있다'는 등 17가지 조항으로 구성된 수사실무 지침을 일선 경찰서에 내려보냈다.
　
'대통령령 제정, 시행에 따른 수사실무 지침'에 따르면 검사수사사건 처리에 대해 검찰 내사 및 진정사건은 검사 수사사건이 아닌 수사개시 전 사건으로 규정돼 있으며, 검찰청으로부터 사건 접수 단계에서 거부하도록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