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무총리실의 검경 수사권 강제조정안에 대해 반발하며 25일 오후 충북 청원군 강내면 충청풋살공원에 모인 전국 각지의 경찰이 회의를 하고 있다

전국의 일선 경찰관 100여명이 25일 수사권 조정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검찰 비리 수사권을 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일선 경찰들은 이날 오후 7시께부터 밤샘토론을 하면서 충북 청원군 강내면 석화리 소재 충청풋살체육공원에 모여 총리실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항의의 뜻을 드러내 듯 가져온 수갑을 식당 문 앞에 놓인 책상 위에 하나하나 내려놨다.

이들은 "검사도 잘못한 것이 있으면 지구대나 경찰서에서 법대로 조사받는 공정하고 깨끗한 사법구조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들은 "경찰이 지검장, 지청장의 수사방침에 따르도록 한 규정도 문제"라며 "국세청 직원에게 출입국관리사무소장 지침에 따르도록 법으로 규정한 것과 같다"라고 주장했다.

청주 흥덕경찰서 소속 이모씨는 "형사소송법 개정 취지는 경찰의 수사 주체성을 인정하는 것이지만 이번 조정안은 그 취지를 담지 못했다. 자존심이 무너지는 판국이다보니 착잡한 마음에서 모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번 사안을 내사부분만 부각해 밥그릇싸움으로 몰아가는데 그런 문제가 아니다"며 "99％ 사건을 경찰이 독자 수사하는 게 현실이고 법적 권한은 10％에 불과한데 이젠 이것마저 빼앗아 모든 권한을 검찰이 갖게 됐다"고 말했다.

토론장 내부에는 이러한 기류를 반영하 듯 '검찰공화국 개혁한다더니 검찰제국으로 승격', '스폰서검사, 그랜저검사 누가 잡나. 더러워서 형사 안한다' 등 정부와 검찰에 대한 불만을 고스란히 드러낸 출력물이 나붙었다.

또 자필 서명을 하고 도장까지 찍은 '수사경과 해제 희망원'을 식당 창문에 하나하나씩 붙이며 의지를 다지는 모습도 보였다.

10시간 가까이 진행된 토론을 통해 이들은 이번 조정안의 문제점으로 ▲검사의 권한을 극도로 강화함으로써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됌 ▲검찰개혁이라는 형소법 개정취지에 역행함 ▲의견수렴 절차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조정 절차 등에 의견을 모았다.

지난 6월 일선 경찰들은 충북 오송에서 토론회를 열고 모은 뜻을 청원서 형태로 만들어 의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