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내 진보진영과 보수진영 간 첨예한 갈등을 빚어 온 학생인권조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통과에 따라 효력을 잃게 됐으나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에서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장은 지도·감독기관(공·사립학교는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 학칙을 제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학교장은 학칙을 제정 또는 개정할 수 있다'로 개정된 '초·중등교육법'의 후속조치로 학생 생활에 관한 사항을 학칙으로 정해 운영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안이 17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학생인권조례의 효력이 상실됐다고 밝혔다.

이 시행령에는 두발, 복장, 휴대전화 사용 등 학생생활에 관한 사항은 학칙으로 정해 운영토록 했다.

또 이 시행령 제9조1항에 두발·복장 등 용모, 교육목적상 필요한 학생의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사용 등 학생 생활에 관한 사항을 추가로 명시했으며 교사 개인의 임의적인 기준을 적용해 두발, 복장 등을 지도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초·중등교육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이 없어진 뒤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일부 지역의 학생인권조례 중 학칙으로 일체의 생활규칙을 정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은 상위법령에 위반돼 효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교조 충북지부 등 도내 43개 진보진영으로 구성된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상임대표 김병우, 조상)는 이와는 상관없이 앞으로도 지속적인 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김병우 상임대표는 "내부적으로 검토를 벌인 결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돼 학칙을 정할 수 없다 하더라도 상위 규정인 학생인권조례 제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이 시행령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아예 학생인권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시행령 개정안 통과와 상관없이 오늘도 청주 성안길에서 학생인권조례제정 찬성 가두서명을 받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특히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은 조례제정 자체의 목적보다는 학생인권 의식을 높이는 계기로 삼자는 운동의 성격이 짙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개정안이 통과됐음에도 지속적인 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혀 충북교육사랑시민사회총연합회(이하 충북 교사련)등 보수단체의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충북교총은 이날 자료를 내고 "조례제정이 무력화된 마당에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가 조례제정에 대한 포기를 선언하지 않고 있다"며 "이제 충북도교육청은 현재까지 중립 입장에서 벗어나 문제가 많은 충북학생인권조례안의 내용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충북학생인권조례안에는 ▲성적(性的)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복장·두발 등 용모에서 개성을 실현할 권리 ▲개인물품을 소지·관리하는 등 사생활의 자유를 가질 권리 ▲양심에 반하는 내용의 반성·서약을 하지 않을 권리 ▲학교 안팎에서 집회를 열거나 참여할 권리 보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