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규 영진교통노조위원장이 사 내에 주차된 택시를 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지난 1일 오전 청주시청 소공원 앞에서 택시기사들이 “주주종업원제 철회”·“불법 도급택시와 사납금 인상 반대” 등을 외쳤다. 청주 영진교통 노조 등 민주노총 충북지부 소속 기사 100여명은 이날 택시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주주종업원제 철회를 촉구했다. 영진교통 노조는 이어 9일에도 청주지검 앞에서 "택시노동자 피 빨아먹고, 횡령으로 경영 위기 초래한 영진교통 경영진 구속 처벌을 촉구한다"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런 집회를 연 이유는 무엇일까. 모 언론사 간부도 개입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영진교통의 사정을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 편집자

2001년 영진교통에 입사한 이진규 노조위원장은 2005년 위원장 선거에 나섰다 떨어진 후 2008년 재도전해 당선됐다. 그에 따르면 영진교통에서는 2005년 6월까지만 해도 임금 등 돈 문제가 노사 간 쟁점이 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2005년 내 전 위원장이 임기를 시작하고 나서 모든 수당이 체불되기 시작했다. 급여도 열흘에서 보름 늦게 지급했다. 그러다 몇 달 지나면서부터 50%만 나오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8일이 급여 지급일인데 15일에 50% 지급하고 25일에 50% 지급하는 식이었다. 우린 보통 반토막 내서 지급한다고 표현했다. 내가 위원장이 되고 나서 회사를 임단협 위반으로 고발했고 2009년 전반기 검찰 조사가 있었다. 그런데 2005년 전반기에 하이트에서 시원소주를 충북 기업인 7명에게 넘긴다는 소리가 있었다. 여기에 당시 송영철 대표이사와 남지우 전무이사(현 대표이사)가 투자했다는 소리를 주위에서 많이 들었다.”

검찰 조사 때 영진교통은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적자 논리를 폈다. 하지만 당시 송 대표이사는 2004·2005년 2년 연속으로 시무식에서 조합원들에게 낡은 현 차고지를 신축 콘크리트 건물로 옮기겠다고 공언했다 한다.

“실제 차고지 이전과 관련해 측량설계사무소와 부동산 관계자들이 오는 걸 내가 봤고 확인도 했다. 2천평 규모였다고 하는데 그게 유야무야 없어지면서 임금 체불이 시작됐다. 당연히 의구심이 들 것 아니겠나. 그래서 위원장이 되자마자 우리 회사와 시원소주 법인등기를 살펴봤다. 그랬더니 영진교통 초창기부터 감사를 맡고 있는 J신문사  A 회장이 시원소주 감사로도 등록돼 있었다.”

회사 대표와 간부의 시원소주 투자, 시원소주와 영진교통 감사로 등록된 박 회장 등이 임금 체불과 관련해 의혹이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아니냐는 게 이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의 주장이다.

차고지 이전이 흐지부지된 이유도 황당하다.

“시원소주 법인등기 확인 당시 회사 관리직원에게 진행 상황을 물어봤더니 내 전 위원장과 송 대표이사가 땅 주인과 계약하러 갔다가 시간이 조금 남아서 둘이 술자리를 가졌는데 그게 계속 이어지다보니 그날 만나지 못 했고 다음날 가니 계약이 파기됐다고 했다. 시원소주 투자 얘기가 그 다음에 나왔다. 회사는 적자 타령을 하지만 그렇게 탄탄했던 회사가 갑자기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나. 우리가 강제로 조사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증거를 못 잡을 뿐이다. 의혹이 있다.”

노조는 그때까지만 해도 영진교통의 노사 관계가 이렇게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송 전 대표이사가 임금 지급을 약속하면서 고발을 취하했다. 그러나 2010년부터 회사가 ‘차를 매각하겠다. 노조가 인수해라’ 하면서 사납금 인상 요인을 만들었다. 또 지난해 1월 사납금을 인상한 데 이어 11월에 또 올렸다. 노조와 회사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충돌했다.

“8월에 쟁의찬반투표 결과 가결됐는데 이때도 노사가 합의해서 그달 말 마무리됐다. 그런데 한 달 쯤 후 송 전 대표이사가 조합원 교육을 한다더니 그 자리에서 ”나는 능력이 없어 모든 주식과 권한 등을 A  감사에게 넘긴다“고 했다. 그때 표현하길 ‘포기각서’를 썼다고 했다. 위원장인 나도 30분 전에 통보를 받았을 정도로 갑작스런 공표였다.”

느닷없는 발표 후 일주일 정도가 지난 어느 날 A 감사와 남 이사, 이 위원장이 함께 간담회를 가졌다. 영진교통 노조가 변형된 불법지입제라며 문제를 삼는 부분 중 하나인 종업원주주제가 이 자리 후에 등장했다.

“A 감사가 ‘나는 회사에 한 푼도 투자하지 않겠다. 그리고 10원도 가져가지 않겠다. 나는 송 대표의 주식 등을 청산하기 위해 온 사람이니까 노사 문제는 남 이사와 얘기하라’고 했다. 그때 나는 어쨌든 회사가 어려워 대표이사가 퇴진한다 하니 최대한 대화로 좋게 풀겠다고 말했다. 그때 남 이사가 ‘나는 돈도 없고 대표이사는 물러났으며 회사는 부채가 자본을 잠식한 상태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든가 우진교통처럼 노동자 자주관리 회사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법정관리보다는 노동자 자주관리회사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 후에 사 측에서 들고 나온 게 종업원주주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