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가 중앙로 차없는 거리에 조성한 소나무 길을 두고 흉물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본지는 이에 대해 강상준(70·사진) 충북대학교 명예교수의 의견을 들어봤다. 강 교수는 2003년 시작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원효터널 공사를 둘러싼 정부와 환경단체 간의 ‘도롱뇽 소송’과 관련, 지난해 10월 중앙SUNDAY가 천성산 원효터널 위의 밀밭늪과 화엄늪 생태계를 둘러볼 때 동행해 의견을 전하고 한겨레 등에 환경 관련 글을 기고하기도 한 생태 전문가다. - 편집자

강 교수는 차없는 거리에 심겨진 노송에 대해 얘기하면서 친환경은커녕 소나무의 생태를 고려하지 않은 이식 작업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차없는 거리를 조성한 지 몇 년도 안 됐는데 또 파헤치는 행정을 비판하면서, 친환경도 좋지만 생태학적 지식이 우선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없는 거리에 심어진 소나무는 한 마디로 수명이 다 했습니다. 소나무의 보통 수명은 100년에서 아무리 길게 잡아봐야 최대 200년인데 이를 볼 때 지금 심어져 있는 건 더 자라지 않아요. 또 운반 과정에서 위쪽 가지 거의 다 쳐낸 데다 나무가 물과 양분을 흡수하려면 잔 뿌리털까지 살아있어야 하는 데 뿌리도 많이 잘렸어요. 생육에 필요한 부분을 편의 상 제거 해버린 거죠. 또 ‘증산작용’이라고 해서 과실, 야채 등 식물체 속 수분이 잎·나뭇가지 끝 등에서 수증기로 공기 중에 배출됩니다. 그런데 뿌리가 적다보니 빨아들이는 물도 적기 때문에 흡수하는 물보다 나가는 물이 많아 결국 말라죽게 돼요.”

강 교수는 나무가 심어진 곳의 환경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이런 여러 악조건에서 나무가 살기 위해선 물을 계속 공급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흙으로 돼 있는 농촌의 지면과 달리 도시지역은 물을 빨아들일 토사층이 적고 증발되는 양도 많아요. 이런 차원에서 보면, 생장에 도움 되라고 현재 시멘트로 발라 만들어 놓은 물꼬와 주변 지면은 오히려 물이 침투할 공간을 없애고 있죠. 시멘트가 아니라 블록으로 시공해 물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보강 작업이 필요합니다.”

강 교수는 사고 위험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현재 심어놓은 나무가 쓰러지지 않도록 지지목을 대놓고 있는데 이게 받치고 있는 나무에 비해 너무 작아서 힘을 못 받아요. 골목처럼 돼 있는 성안길의 특성 상 돌풍 등 강한 바람이 불면 그 지역은 바람골 작용을 하게 되기 때문에 나무가 쓰러질 위험이 큽니다. 청주가 다른 지역보다 덜 하다곤 하지만 국지적인 폭풍 등에서 결코 안전하다 할 수 없어요. 부실한 뿌리 역시 쓰러질 위험을 키우죠.”

강 교수는 “상당공원 인근의 작은 소나무나 수령 50년 이하, 혹은 나서 한두 해 쯤 자란 유수(幼樹·어린 나무)를 심었으면 경관도 좋고 더 오래 갈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