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주시가 차없는 거리에 심어놓은 노송들을 지나가던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줄기에 볼록하게 나온 부분들이 가지를 쳐내고 남은 흔적들이다.

충북 청주시가 친환경 녹색도시 조성의 일환으로 상당구 중앙로 차없는 거리에 심은 소나무 가로수를 두고 흉물스러운 보여주기 식 행정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청주시는 최근 중앙로 차없는 거리 중 성안길 입구부터 중앙시장까지 220m 구간에 약 2억원을 들여 수령 100~150년의 노송 15그루를 심었다.

이 나무들은 수령에 걸맞게 높이가 수십m에 이르고 둘레 또한 성인 두 명이 손을 맞잡기도 힘들 정도의 ‘위용’을 자랑한다.

시에 따르면 시는 조경업체·시민 등과 함께 적합한 수종을 고려한 결과 강원도에 좋은 소나무가 많다는 결론을 내고 홍천에서 이들 노송을 구입했다.

시는 차없는 거리 1차 구간(성안길 입구~중앙시장) 보도 중앙을 지난 추석을 전후해 파내고 이 노송들을 심었다.

현재는 주변 잔디 심기, 수로 조성 등 마무리 공사 중이다. 중앙동 상가번영회는 소나무 길 조성을 기념하는 ‘소나무 한마음 축제’를 지난 12일 오후 4시 열었다.

번영회는 이 날 식전 행사인 3대 3 길거리 농구를 비롯해 중앙동 자치센터의 청춘합창단 합창, 풍물놀이패의 길놀이, 생활공예품을 판매하는 프리 마켓, 소나무들을 두른 600m 가량의 한지를 끊는 커팅식, 소나무의 안녕을 바라는 기원제, 주민 노래자랑 등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 소나무를 두고 소나무의 생태, 도시 미관, 사고 위험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라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시민 K(상당구 용암동·34)씨는 “거리 폭보다 나무 길이가 더 높은 이런 모양은 본 적이 없다. 가지를 거의 다 쳐내고 위에만 남겨놓아서 모양이 기괴하다”며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노송의 규모에 비해 줄기만 남은 모양새가 영 거슬린다. 저 가지가 자라나면 또 쳐낼 건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B(상당구 율량사천동·40)씨도 “길에 비해 나무가 너무 커 보인다. 큰 바람이라도 불면 사고 날 것 같다”며 “길이 아니라 나무만 보인다. 또 저렇게 가지를 잘라놓으면 이 큰 나무가 살 수 있나”라고 우려했다.

▲ 마무리 공사 중인 인부들과 비교했을 때 나무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위). 시가 커다란 노송 위주 경관의 균형을 맞추려고 같이 심어놓았다는 소형 나무들의 지지목과 노송의 지지목 크기에 차이가 없고 노송의 규모 만큼 화단이 커지며 보행 도로도 협소해졌다.

상권 활성화가 기대된다며 대체로 반기지만 이들 노송이 가져다 줄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상인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지금은 식재 과정에서 가지가 잘려져 있어 모르겠지만 이 소나무길이 과연 상가 발전이나 명소 조성에 일익을 담당할지는 잘 모르겠다. 나무가 자리를 잡고 잎이 우거지면 주변 상가가 다 묻힐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처음 노송을 심을 당시에는 길에 비해 크다는 말이 많아 지금은 그 앞에 철쭉·단풍나무 등을 심어 균형을 맞췄다”며 “가지는 나무가 크다보니 트레일러로 옮겨야 했는데 운반하기 힘들고 트레일러 안에 다 들어가지 않아 잘라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앙동 시민·상인들은 상권이 살아나게 됐다며 좋아한다. 소나무길 조성을 시작하면서 비어있던 점포 9개도 들어찼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큰 나무와 작은 나무를 중복해 심는다고 해서 균형이 맞춰진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이미 수령이 100년을 넘은 노송들이라 앞으로의 생육을 장담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춰볼 때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는 2005년 중앙로 차없는 거리 조성을 시작했다.

시는 현재 노송이 심어져 있는 1차 구간을 2007년 3월 말 준공한 데 이어 중앙시장부터 웨딩코리아까지 2차 구간을 2009년 10월 15일 준공했다. 이에 따라 차없는 거리의 총 길이는 430m로 연장됐다.

총 사업비는 40억원 가량이 투입됐으며 보행자 전용도로, 물이 흐를 수 있도록 한 계류시설, 바닥분수, 직지문자 상징 조형물 등을 설치해 사람 중심의 환경친화적 거리를 표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