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도의 2011년도 1~ 3분기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단위:백만원)

 업무추진비 단체장 ‘쌈짓돈’

충북도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어 자칫 자치단체장의 ‘쌈짓돈’으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일부 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과는 달리 불리한 정보는 감춘 채 부실공개하고 있어 개선책 마련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업무추진비 집행기준 및 공개에 관한 조례’를 시급히 제정해야 된다는 여론이 높다.

업무추진비는 ‘지방자치단체 예산 편성 매뉴얼’ 지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을 근거로 집행하며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행안부 규칙이나 예규를 보면 공공기관이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을 공개할 때 ▲공개기간 단위(연/ 분기/ 월/ 일) ▲사용목적 ▲사용대상 ▲인원수 ▲사용처 ▲결재방식(현금 또는 카드사용 여부) 등 6개 항이 필수이다.

전국 최초로 조례를 제정한 경기도 안산시나 광주광역시의 경우도 지출목적, 일시, 장소, 사용자 및 사용대상 숫자를 공개하도록 돼 있다.

또 선물이나 화환 구입 시 구입업체, 물품내역, 전달대상자의 소속과 직위를 기재해야 하며 가급적 카드 사용을 원칙으로 했다.

하지만 충북도는 도지사, 행정부지사, 정무부지사 등이 사용한 업무추진비에 대해 구색을 갖춰 공개하기는커녕 요식행위에 불과할 정도로 개요만 적어 유형별 총액만 공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업무추진비를 도대체 누구한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얼마를 사용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결국 자치단체장의 투명행정 실천의지와 업무추진비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 따라 공개 수위가 결정된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속빈강정’,  ‘업무추진비 집행기준 및 공개에 관한 조례’ 시급 제정

실제로 도가 밝힌 공개내역에는 올해 총액과 분기별 사용액수, 집행내역만 들어 있다.이 또한 말이 집행내역이지 알고 보면 ‘속빈 강정’이다.

기본적인 6개 항은 보이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간담회 경비, 위로 격려 홍보경비, 방문인사 기념품과 도정추진 위한 격려품 구입 등에 사용한 총 금액만 제시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정보공개율 전국 꼴찌라는 불명예를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제대로 공개해야 한다”며 “투명한 열린 행정을 실천하려는 도백의 의지만 있다면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쉬운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이 단체가 충북도의회에 제안한 ‘투명행정을 위한 행정정보공개조례(안)’은 ‘가재는 게편’탓인지 수개월째 방치된 채 관심 밖으로 밀렸다.

대전시를 비롯한 일부 자치단체는 주민들이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쉽게 알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

업무추진비 공개 자료에는 연번, 일자, 목적, 장소, 금액, 결재방식, 집행대상자 등이 표기됐다. 일례로 연번은 7, 일자는 4월 8일, 목적은 도매시장 현대화사업 관련 지정법인 관계자와 조찬간담, 장소는 정동회관, 금액 33만9천원, 결재방식은 카드, 집행대상자는 30명이라고 적혀 있다.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연번 17번, 집행일자 1월 6일, 목적 서울형 그물방 복지 업무 협의 간담회, 금액 47만원, 결재방식 카드, 인원 13명 등으로 상세히 공개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공개기준이 미흡하고 개선돼야 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윗선에서 지시가 내려와야 (개선이)가능하다”며 도의 그릇된 공개를 시인했다.

그는 또 “서울·대전 등 공개가 잘 된 곳을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고, 분기별 공개에서 주별 또는 월별로 상세히 공개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아 바꾸는 것이 소통행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