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세계무술축제 존폐 여부를 토론회와 주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이종배 충주시장의 발언과 관련해 충주시민과 지역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무술축제를 만든 민주당 출신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한나라당 윤진식 국회의원의 대립 구도로 비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그만큼 올해까지 12회 대회를 치르는 동안 충주시장의 정치성향과 소속정당, 정치역정은 물론 지역 국회의원과 도지사와의 코드문화에 따라 시시각각 요동쳤기 때문에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동안 시장은 5번 바뀌었고, 국회의원은 4번, 충북도지사도 3번 주인이 달라졌다. ‘제1회 충주(수안보)전국무술대회’는 1998년 5월 28일부터 5일간 충주체육관과 수안보 일원에서 열렸다. 국내 12개 택견 관련 단체가 참가했고 1억6천400만원(국비 2천400·도비 7천·시비 7천 만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이시종 시장이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했고 이원종 도지사가 자유민주연합 후보로 당선됐으며 당시 지역 국회의원은 자유민주연합 소속 김선길 의원이었다. 이 시장 입장에서는 누구와 충돌할 일도 없고 부담을 가질 이유도 없어 ‘택견의 전국화’라는 명분으로 국·도비를 따내 대회를 치르기 수월했다.

‘제2회 충주(수안보)전국무술대회’도 마찬가지다. 전년보다 다소 준 1억3천만원(국비 2천400·도비 4천·시비 6천600만원)이 들어갔다.

‘제3회 충주세계무술축제’ 개최 때부터 논란의 불씨는 시작됐다. 국내 대회에 머물렀던 것을 갑자기 세계무술축제로 규모를 확대한다고 할 때 쉽게 수긍할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2000년 4월 13일 치러진 16대 총선 때 충주지역에서는 새천년민주당 후보인 이원성 전 대검차장이 당선됐다. 한창희 한나라당 후보와 김선길 자민련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5억8천만원(국비 4천·도비 1억·시비 4억4천)을 들인 이 대회는 충주체육관, 수안보 앙성 온천 일원에서 열렸고 25개국 45개 단체가 참가했다.

‘제4회 충주세계무술축제’ 때부터 예산이 두 배 정도 늘어 10억5천만원(국비 5천, 도비 1억, 시비 9억)을 사용했으며 2001년 10월 9일부터 7일간 열린 이 대회에는 28개국 47개 단체가 참가했다.

이때 예산이 늘어난 배경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당시 이시종 시장은 내년도 6월 13일 실시되는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의식해 예산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처럼 선거법이 강화된 시기는 아니었지만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치단체장으로선 연임 제한인 3선 이상 불출마 조항에 해당돼 충주시장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에 정치생명을 건 게임을 하기에 충분했다.

2002년 선거 결과 한나라당 후보인 이시종 시장의 3선 가도가 활짝 열렸다. 당시 야당 후보였지만 여당인 새천년민주당 후보였던 이승일 후보를 가볍게 눌렀다. 도시자는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긴 이원종 지사가 재선에 성공했다. 이처럼 도지사와 시장이 같은 당 출신이라 무술축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호기를 맞았다.

같은 해 9월 27일부터 10월 3일까지 충주체육관과 수안보·앙성 온천 일원에서 열린 ‘제5회 충주세계무술축제’는 3회 때보다 무려 10억 가까이 늘어난 15억원(국비 6천·도비 6천·시비 13억8천만원)이 투입돼 대성황을 이뤘다.

당시 충주지역 국회의원은 지병 때문에 거의 활동을 못했기 때문에 사실상 이 시장은 충주당의 총재(?) 역할을 충분히 했다. 선거 때 자신이 밝힌 내용이다.·

2003년 9월 23일부터 7일간 충주체육관, 수안보, 앙성, 주덕, 엄정, 차 없는 거리, 풍물시장 등 일원에서 열린 ‘제6회 충주세계무술축제’는 18억원이 투입됐고 31개국 50개 단체가 참가해 역대 최고 대회라 해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전년도에 비해 예산이 3억 늘었고 대회 규모가 대폭 확대된 배경을 다시 유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예년과는 달리 친 이시종 지역인사들이 시장과 함께 대규모 해외 홍보단으로 파견돼 무술축제 홍보를 구실 삼아 중국 등 참가국으로 관광성 외유를 다녀왔다. 또 시에서 위탁 관리하는 수안보 ‘하이스파’ 온천 무료이용권이 동네마다 수천 장씩 뿌려졌다. 앞서 충주 역사 이래 처음으로 'KBS 열린음악회'가 9월 19일 충주종합운동장에서 열려 수 만명의 시민들이 관람했다.

이 같은 ‘생색내기 전시성 행정’의 속내는 마침내 12월 5일 밝혀졌다.

이시종 시장이 “시장으로서 힘의 한계를 느껴 충주발전을 위한 더 큰 일을 이루기 위해 시장 직을 그만두고 국회로 진출하겠다”며 기자회견을 가짐에 따라 같은 해 17일 오후 3시 이임식을 끝으로 이시종 충주시대가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때부터 충주세계무술축제는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그는 새로운 도약을 통해 꿈을 이뤘지만 이후 무술축제는 '정치인'이 아닌 '정치꾼'들에 의해 만신창이가 됐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