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가 2년 반이 남은 상황인데도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 시장직을 중도 사퇴한 이시종 씨는 2004년 4월 15일 실시된 제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하지만 2004년 6월 5일 실시된 충주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이승일 후보가 야당인 한나라당 한창희 후보에게 졌다. 이시종 당선자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현실이 돼 버렸다.

이 같은 패배는 당시 여당 후보로 충주시장 보궐선거 공천을 신청했던 일부 후보들이 경선 참여에 배제되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바람에 여당 표가 분산됐기 때문이다.

무술축제는 이때부터 격랑의 세월을 보내며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한창희 충주시장 취임 후 같은 해 10월 1일부터 7일 간 충주체육관, 수안보, 앙성, 차없는 거리, 풍물시장 일원에서 ‘제7회 충주세계무술축제’가 열렸다.

지난해 보다 1천만원이 늘어난 18억1천만원(국비 1억, 도비 1억, 시비 16억1천만원)을 들인 이 대회에는 35개국 55개 단체가 참가했다.

충주우륵문화제 개막식과 함께 열린 무술축제 개막식은 한창희 시대의 부활을 예고했다. 그는 2000년 제16대 총선 때 이원성 후보에게 졌고 지난 4월 15일 실시된 제17대 총선 땐 이시종 후보한테 패했다.

한 시장으로선 당한 만큼 복수할 수 있는 설욕의 기회를 잡은 셈이었다.

여당 국회의원과 야당 시장, 동지에서 적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애증이 교차된 두 사람의 갈등은 2004년 8월 광화문 ‘상소지부’ 집회 때부터 노골적으로 표출됐다.

한 시장은 기업도시를 먼저 유치한 후 혁신도시 유치를 구상했고, 이 의원은 혁신도시를 유치한 뒤 기업도시 유치 계획을 세울 만큼 정치적 견해가 너무 달랐다. 두 사람의 행보는 지역 주민들의 눈엔 ‘용호상박’의 대결의 장으로까지 비쳐 지역 소이기주의을 부추겼다.

2005년 7월 8일 기업도시 유치 성공과 함께 같은 해 10월 1일부터 8일간 충주체육관 일원에서 ‘제8회 충주세계무술축제’가 열렸다.

도지사는 자민련 소속이고, 국회의원은 우리당, 시장은 한나라당이므로 3인3색의 부조화는 무술축제 때 여과 없이 드러났다.

이 행사에는 전년보다 3억4천만원이 줄어든 14억7천만원(국비 1억3천, 도비 1억, 시비 12억2400만원)이 소요됐다.

눈 여겨 볼 대목은 국비는 1억→1억3천만원으로 이시종 의원이 3천만원 늘려줬고 도비는 1억→1억원 그대로이지만 시비는 16억1천→12억4천만원으로 한창희 시장이 3억7천만원 줄인 점이다.

그 결과 참가국도 전년도 35개에서 17개국으로 18개나 주는 등 전반적으로 행사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2006년 5월 31일 실시된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 충북도지사는 이원종에서 한나라당 소속의 정우택으로 바뀌었다. 충주시장 역시 한나라당 소속의 한창희 시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9월 30일부터 10월 8일까지 열린 ‘제9회 충주세계무술축제’는 이틀 전인 9월 28일 한 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돼 옷을 벗었기 때문에 시장권한대행 체제에서 개최됐다.

예산은 또 2억3천만원 줄었다. 국비는 지난해 1억3천만원에서 이 의원이 2천만원 늘려 1억5천만원이 됐고 도비 역시 같은 당인 정 지사가 1억에서 5천만원 대폭 늘려 각각 1억5천만으로 국·도비가 증가했다. 반면 시비는 12억4천만원에서 3억원이 감소된 9억4천만원이었다. 참가국과 단체는 16개국 27개 단체에 불과했다.

결국 한 시장 취임 후 무술축제는 2년에 걸쳐 예산이 6억원 삭감되는 등 쇠퇴의 징후가 보였다

이처럼 국회의원과 도지사, 시장 등이 정치적인 입장 차이 또는 정당 간의 대립 갈등, 개인적인 서운함, 정치적인 보복과 설욕전 등이 얽혀 시장이 바뀔 때마다 무술축제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정체성을 상실했다.

그동안 선량이 무술축제에 대한 기본 인식이 결여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점도 원인 중 하나였지만, 시장 스스로 축제에 대한 마인드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진정성을 갖고 '발상의 전환'을 하는 것이 관건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