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17개 응급 의료기관 '응급사태'

최근 응급실 전문의 당직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의료계 실정을 감안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며 지역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5일부터 전격 시행됨에 따라 응급의료기관에서는 진료 과목별로 야간당직 전문의를 지정, 응급환자 진료를 직접 맡아야 한다.

응급실 근무 의사가 1차적으로 환자를 진료한 뒤 ‘응급환자’라고 판단될 경우 해당 진료과목 전문의에게 진료를 요청해야 한다. 응급 환자 진료를 전문화해 야간 진료의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해당 병원에는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취지와 달리 지역 현실을 고려치 않은 ‘비현실적인 제도’라는 점이다.

응급실 전문의 당직제’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각 병원이 진료 과목마다 전문의 1명씩을 매일 대기시켜야 한다.

이에 따라 충북도내 17개 응급 의료기관에 ‘응급 사태’가 발생했다.

청주 한국병원 한 관계자는 "하루에 9시간 정도 정규근무를 하고 그 시간 외에 밤 근무와 주말근무를 소화해야 한다. 혼자 밤낮으로 어떻게 환자를 감당하는가"라며 "3차병원 등 큰 병원에 해당되는 제도이지, 세미병원에서는 시행 불가능한 조치"라고 말했다.

3차의료기관 충북대병원에 환자 떠넘기기 우려

하나병원  이성주기획실장은 "3개월 유예기관이 있지만 보건복지부에서 응급실 전문의 당직제 시행에 앞서 지역의료기관·의사협회 등의 의견을 수렴, 시행했어야 했다"며 "중소병원에서는 응급실을 없애고 3차의료기관인 충북대병원 등에 환자를 떠넘기는 현상까지 벌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진료 과목별 전문의가 1∼2명에 불과한 농촌병원은 아예 ‘응급의료기관 자격’을 반납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도내에서 응급실 전문의 당직제가 적용되는 대상은 응급의료센터와 기관으로 8일 현재 청주 6곳, 충주 2곳, 제천 3곳, 괴산 2곳, 옥천 1·영동 1·진천 1·음성 1 곳 등 모두 17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