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오후 청주시의 한 직원이 사무실에서 선풍기와 손부채로 더위를 쫓고 있다.

“아침에 출근해서 업무 준비를 하다보면 금세 콧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힙니다. 에너지 절약? 좋죠. 하지만 우리도 사람입니다.”

지난 3일 오후 충북 청주시청의 한 사무실. 점심시간이 아직 다 지나지 않은 탓에 조명이 꺼져있는 사무실에서 식사를 하고 온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가 공기가 답답해지자 차라리 바람이나 쐬자며 청사 밖으로 나왔다.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전원을 일괄 차단하는 탓에 불을 켤 수가 없고 업무 시작 전이라 냉방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에너지 절약 시책이 시행되면서 이를 바로 실천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최악의 폭염 속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각 사무실마다 에어컨이 있긴 하지만 2시간에 한 번 꼴로 가동하고 그나마도 실내온도가 28도에 이르면 꺼버리기 때문에 직원들은 하루 종일 땀을 흘리며 업무를 봐야 하는 실정이다.

이날 청주시청 각 부서의 풍경은 어느 곳이나 같았다. 직원들은 에어컨을 옆에 두고도 선풍기와 손부채로 더위를 식혀가며 일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통풍이 잘 되는 곳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냉방 효과가 덜했다. 간신히 식혀놓은 공기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데워지기 때문이다.

청원군청 사무실도 다를 게 없었다. 부채질을 하는 직원들은 아주 쉽게 볼 수 있었고 USB로 작동하는 미니선풍기를 책상 위에 둬 땀을 식히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주민들이 수시로 찾는 민원실만 그나마 냉방이 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3층 이상에 사무실이 있는 직원들은 더하다. 업무와 식사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하다보면 금세 옷이 땀범벅이다.

공무원들은 시민들에게 모범이 돼야 하는 직업 특성상 감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고통스럽지 않다는 건 아니다.

시청 공무원 A 씨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흘러 속옷이 몸에 들러붙는다. 아끼는 것도 좋지만 실제 금액으로는 얼마나 효과가 있겠는가. 업무 효율까지 고려하면 상징적이고 이상적이다. 실효성은 없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B 씨는 “업무 전산화 전에는 안 그랬는데 지금은 전부 컴퓨터 한 대씩 놓고 일하기 때문에 그 열기만 해도 장난이 아니다. 차라리 밖에서 나무그늘 아래 자리 펴고 일했으면 할 때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내부 온도로 일괄 규제보다 유연근무제로 가장 더운 시간을 피해 근무하는 등 상황에 따른 에너지 절약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청원군 공무원 C 씨는 “전기 절약도 중요하지만 집중력 저하 등으로 발생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낭비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로봇도 아니고, 이런 상황에서 친절서비스가 제대로 나올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