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데일리
칼럼칼럼
신병-사관생도 발은 같거늘김춘길 주필 겸 대기자
김춘길  |  kck9018@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2.08.01  18:28:3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장기(將棋) 게임의 첫 포진(布陣) 시 최전방에서 적을 맞는 존재는 졸(卒)이다. 포·차·마·상 등은 직선 또는 대각선으로 적을 공격하며 내 편을 도울 수 있지만, 졸은 앞으로나 옆으로 한 칸씩만 행군이 가능하다. 절대로 퇴군은 한 발짝도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장기판의 졸은 아군의 지원을 받으며 아주 드물게 적의 궁진(宮陣)까지 진격하여 승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내편의 승리를 위해 전투 중 장렬하게 산화하는 희생적 존재이다.

인간 사회에서도 조직의 말단 구성원을 흔히 ‘졸때기’(군에서는 쫄따구)라 부르고, 상명하복관계가 엄정한 군과 경찰 조직에서는 가장 지위가 낮은 병사를 졸병(卒兵)이라고 통칭하고 있다. 필자들의 군 생활을 회상해 보면 이들은 궂은 일을 도맡아 희생했지만 응분의 대우를 받지 못한 채 홀대나 고참병으로부터 (속칭) ‘춤추는 빳따’ 세례를 받기 일쑤였다. 이래서는 안 된다. 졸 없는 장기판을 생각할 수 없듯이, 졸때기나 졸병 없는 사회 조직이나 군대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졸(卒)은 나라의 초석(礎石)이다. 졸(卒) 없는 장(將)은 있을 수도 없고, 민초(民草) 없는 국가는 존립할 수 없다.

왕(王)정치시대나 민주정치시대에서나 백성은 나라 구성의 핵이자 최일선 존재이다. ‘건방지게’도 백성을 장기판의 졸로 보고 희생을 강요하며 제 욕망을 채우려는 정상배와 독선적 사이비 지도자 등이 각계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민(民)을 졸(卒)로만 보고 허튼 짓을 한 자들은 결국 “백성의 바다”에서 익사하고 만다. 그게 역사의 교훈이다.

그런데도 졸병을 함부로 다루거나 홀대하는 풍조가 특히 공직사회에서 가셔지지 않고 있어 개탄스럽다. 멀리 갈 것 없이 최근의 예를 보자. 보도에 의하면, 지난 7월 24일 박 모(59) 동두천 경찰서장은 관용차를 평소보다 늦게 몰고 왔다는 이유로 김 모(21) 의경의 머리채를 잡고 뺨을 3차례 때렸다. 이 일로 물의가 일어나자 박 서장은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사과했으나 경찰청은 품위 손상 사유로 박 서장을 경기지방경찰청 경무과로 대기 발령했다.

어디 그 뿐인가. 국방부가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졸때기 신병(新兵)’에게 운동화를 지급하지 못했으면서도 같은 기간 사관생도들에게는 외국브랜드 운동화 등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기가 찬다. 무슨 얘긴가. 지난 7월 24일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이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배포한 자료에 의하면 국방부는 예산 3억7000만 원이 부족, 금년 5월과 6월에 입영한 신병 7412명에게 운동화를 지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같은 시기에 국방부는 육군사관생도와 3사관생도 등 사관생도에게 신병 훈련화 값(족당 1만6000원)의 4배가 넘는 외제브랜드 운동화(6만4000원)는 물론 조깅화, 테니스화, 축구화까지도 추가 지급했다는 것. 이에 대해 국방부는 미지급 병사에게는 빠른 시일 내에 지급하고, 신병 운동화 단가를 2만원 수준으로 상향했으며 지급 기준도 1명당 1족에서 2족씩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보도됐다.

졸(卒)은 군대와 나라의 초석이다

군의 간부를 양성하는 사관학교 생도들과 전체 군의 실핏줄이 되는 신병은 그 교육 수준과 차원이 다를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군에 입대하는 젊은이들의 신체적 평등권이 차별 대우받아야 할 법적 근거나 합리적 타당성은 없다. 사관생도의 발이나 신병의 발은 모두 동일하게 소중한 우리 아들, 딸들의 발이다. 차별해야 할 어떤 이유도 없다.

김광진 의원의 말이 아니더라도 사병과 차별화 하여 사관생도들에게 외국브랜드 제품을 착용시킨다고 해서 강군(强軍)이 양성되고 우리 군의 전투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결과적으로 사병들을 홀대 하는듯한 군수행정이 병사들의 사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신병은 졸이고 장삼이사 민초들도 높은 자들의 눈에는 ‘하찮은 졸’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 졸(卒)들이 우리 군대의 초석이고 대한민국의 주인이자 ‘최후의 보루’라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저작권자 © 세종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김춘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충북 청주시 서원구 내수동로 114번길 66(사창동, 청주스포츠타운)  |  대표전화 : 043)273-2580  |  팩스 : 043)274-2580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충북 아 00065  |  등록일자 : 2011.08.24  |  발행ㆍ편집인 : 김태순  |  청소년보호 책임자 : 김태순
Copyright 2011 세종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sjdail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