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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주로 드릴까요류경희 편집국장
류경희  |  queenkyungh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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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7.30  10: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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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에서 소주를 주문하면 종업원은 소주 이름을 다시 확인한다. 손님이 원하는 소주로 가져다주려는 배려다.

한번은 “어떤 소주요?‘라는 질문에 옆 테이블의 아기 손님이 대신 대답을 해주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 부모를 따라온 돌을 갓 지났을 아기였는데. 짧은 혀 소리로 다짜고짜 ”씨~원이요“를 외쳤다. 한바탕 웃고 나서 아기가 시키는 대로 그 ’씨~원‘을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충북소주가 롯데에 매각되기 전, 지역소주에 대한 지역민의 지지가 그 정도였다.

장덕수 전 대표가 충북소주를 인수할 무렵인 2004년엔 도내 시장 점유율이 26%에 지나지 않았던 ‘시원한 청풍소주’는 지역민들의 사랑에 힘입어 점유일이 42%까지 늘어났었다. 도민의 술임을 호소해서 얻은 눈부신 마케팅 성과다. 매각 직전 3년 동안 연간 220억원 수준의 순 매출에 순이익이 연 15억 원에 달했는데, 소주라도 우리 것을 먹어주자는 주당들의 눈물겨운 지역소주 사랑의 결과였다.

시원소주에 부어졌던 절대적 사랑은 충북소주가 롯데에 매각된다는 소식이 돌면서 급격히 멀어졌다. 주류시장 개방 등 시장 환경 대응이 힘들어 매각을 결정했다는 충북소주 측의 변명은 도민들의 배신감과 분노를 가라앉히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지역민들이 키워준 회사를 대기업에 팔아넘겨 한밑천 단단히 챙긴 행태가 명백한 '먹튀‘라는 논란에 한동안 지역이 소란스러웠다. 다른 상품도 아닌 소주였기에 울화의 감정이 더욱 격했던 것 같다.

적당히만 즐긴다면 술처럼 좋은 음식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술을 단순한 음료가 아닌 문화라고도 한다. 수많은 술중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술은 역시 소주다. 만만한 가격과 어느 요리에나 어울리는 부담 없는 맛을 가진 소주는 대한민국의 대표주라 내세울만한 술중의 술이다.

전국을 무대로 설치는 참이슬이 있지만 지역마다 독특한 지역소주가 생산된다. 고집스레 지역주를 골라 마시려는 애향심 덕에 대체로 제 지역에서는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있는 모양이다. 강원도의 산소주, 충청남도의 선양새찬, 경상북도의 참소주, 경상남도의 화이트소주, 전라북도의 하이트소주, 전라남도의 보해 잎새주, 제주도의 한라산소주 등인데 충청북도의 시원한 청풍소주도 한동안 적자 우대를 받았다.

지역소주 인수해 이름 덕 못 보는 롯데주류

지난해 3월, 충북소주를 350억 원에 인수한 롯데주류는 강원도 강릉공장에서 생산하던 소주 ‘처음처럼’을 청원에서도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충북 청원에서 생산한 소주 ‘처음처럼’에 침전물이 발생해 대량 회수조치를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청원공장에서 생산된 소주는 전량 충북 지역에만 공급됐다는데, 약 30만병으로 공장 출고가 기준 2억 원 정도의 규모란다. 롯데주류 측은 침전물 발생 원인에 대해 “소주에 포함된 미네랄 성분이 외부 기온 상승으로 결정화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청원의 물이 천연 미네랄을 많이 함유한 탓에 이 같은 현상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침전물이 인체에 유해하지는 않다고 하지만 맑디맑은 순수함이 소주의 생명인데, 뱃속에 들어간 찌꺼기 소주에 대한 찜찜한 기분을 떨치기 힘들다. 대기업 골목상권침해 반대에 물려 '처음처럼'에 대한 불매운동이 전개된 뒤, 곧이어 터진 침전물 소동으로 롯데주류는 죽을 맛일 것이다. 소주가 여러 병 필요할 우울한 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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