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상전 돌계단에 앉아
무료히 담배 한 대 빼어 물었다
열려 있는 금강문으로
한주먹의 하늘과 소나무 몇 그리고
한적한 수정교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잘 어울린
저편 세상에 보았다

일어섰다
담배를 피던 나는 그냥
버려 둔 채

저만큼 미륵님이 웃고 있었다
웃다가 내가 올려다보니 시침 뚝 따고는
다시 먼 하늘을 달리는 눈길

방그레 나도 웃었다

▶충북 보은 출생
▶1983년 『월간문학』
▶시집『아버지는 두릅나무 새순만 따고』『분리된 꿈』
『속초행』『하늘뜨락』
▶현 청주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