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열린 청주시복지재단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충북 청주시가 25일 청주시복지재단을 출범시키고 사각지대 없는 대 시민 복지서비스를 다짐했지만 직원과 이사진 중 복지 업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장애인 당사자는 전혀 없고 건물에도 편의시설이 전무, 말로만 복지를 외치는 시 산하 기관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는 이날 오전 상당구 상당로 164(북문로2가) 청주병원 맞은편 건물 3층에서 재단 출범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남기민 이사장, 한범덕 시장, 임기중 시의장, 각급 기관·단체장, 시민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그런데 행사에 참석한 장애인 단체 관계자 일부가 내빈 소개와 경과 보고를 듣던 중 출범식이 끝나기도 전에 불쾌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직원과 이사진 중 장애인은 한 명도 없고 재단이 들어선 건물에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역시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변창수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충북협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날씨도 더운데 정말 짜증나는 행사에 참석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변 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인단체에서도 장애인 복지와 관련해 재단이 정상적으로 가겠냐고 우려한다. 직원과 이사진에 당사자인 장애인은 고사하고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도 없고 사무실은 3층인데 엘리베이터나 휠체어 리프트는커녕 경사로도 없었다”며 “복지재단의 업무 중 하나가 장애인 분야일 텐데 중증장애인의 방문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건가. 시에서 50억 원이라는 거금을 출연했다고 아는데 그 돈은 다 어디에 썼나”라고 재단의 향후 운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실제 혜택을 봐야 하는 장애인들이 공감하는 정책을 만들려면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 수렴이 필수적인데 재단은 장애인을 배재하고 시작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날 출범식 도중 자리를 뜬 관계자들은 변 회장을 비롯해 남상래 충북장애인단체연합회장, 이성환 청원군장애인단체연합회장 등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재단 관계자는 “재단 출범을 추진하면서 타 시·도를 벤치마킹했는데 아동, 청소년, 장애인 등 복지 대상 별로 인원을 구성하면 영역이 너무 넓어진다. 장애인만 해도 영역별로 나뉘어야 한다”며 “사회복지학계·현장전문가·경제계·법조계 등의 인물로 이사진을 구성, 운영·경영에 있어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장애인이 없다고 해서 장애인 복지를 소홀히 하진 않는다”고 해명했다.

장애인 편의시설 전무에 대해 이 관계자는 “재단이 입주한 건물 자체는 시청 것이고 1층은 정보통신과 기술팀들이, 2층은 공무직(전국공공부분무기계약직) 노조 충북본부 청주시지부와 정보통신과 전산개발팀이 전부터 쓰고 있었다”며 “30년 이상 된 건물이라 엘리베이터가 없으며 휠체어 리프트 등을 설치하려고 구조물을 건드리기도 위험해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 측의 해명에도 재단이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비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관련 단체들이 “건물이 낡아서 설치하지 못 했다면 애당초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 다른 입지를 찾았어야 했고 현재 건물에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하는 일도 시 측의 설명처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장애인 단체의 모 관계자는 “복지를 한다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그래서 어디다 쓰나. 할 의지만 있으면 리프트 정도는 얼마든지 설치할 수 있다”며 “재단도 장애인 편의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 더구나 관이 주체인 곳에서 그런 걸 안 해놓는 게 말이 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