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을 놓고 충청권 공조분위기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지방은행 설립과 관련해 '대전·충남·충북·세종 등 충청권 4개 광역자치단체가 대통령선거공약화까지 협력하기로 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충북도가 "사실무근"이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23일 충북도에 따르면 대전지역 일부 언론은 최근 "대전시와 충남·북, 세종시가 충청권 지방은행을 설립하는데 공감을 표하고 이를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노력하자는데 합의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이처럼 충북도도 지방은행 설립을 대선 공약화하는데 동참한 것처럼 보도되자 도는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합의된 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우종 도 경제통상국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방은행 설립이 필요하다는 점에 원론적 차원에선 공감하지만 방법론에선 충북의 지역 여건을 고려,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차라리 시중은행 지역본부의 중소기업·영세상인에 대한 의무대출비율을 상향조정하는 법제화가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충청본부 지방은행화, 충북에 실익없어

이 국장은 "하나은행의 자회사격인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를 지방은행으로 만들겠다는 대전시의 구상은 대전 입장에서 보면 이상적인 방법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충북까지 이상적일 순 없다"며 "지역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에 대한 대출비율이 높은 지방은행이 충북에도 있으면 좋겠지만 하나은행 지점이 7개 밖에 안되는 충북의 실정을 고려하면 대전시가 추진하는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의 지방은행화'는 충북에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전시는 지난 20일 오후 대전시청에서 충남도와 충북도, 세종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방은행 설립을 위한 실무협의회를 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제공했다.

당시 보도자료에는 '추진상황을 공유하고 대통령선거 공약화까지 공조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내달 중 시장, 도지사가 참여하는 충청권행정협의회를 갖고, 지방은행 설립 과제를 포함한 충청권 대선공약화 공동선언문을 채택해 본격적으로 공론화에 나설 방침'이라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충북도의 반박에 대전시는 당황하는 모습이다.

'합의'라는 표현은 앞서나간 언론이 사용한 단어일 뿐 대전시에서는 '협의'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또 충북도가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 대선 공약화하자는 '숲'을 못 본 채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이유로 판을 깨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전시는 실무협의를 담당하는 충북도내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연락을 취해가며 진의 파악에 나선 상황이다.

신태동 경제정책과장은 "지난 20일의 실무협의회는 말 그대로 실무진들이 협의를 위해 모였으며 '합의'를 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진행 과정 등을 '협의'한 것"이라며 "대전이 전담조직을 만들어 용역을 발주하는 등 다른 충청권 시·도보다 진도를 나갔기 때문에 주도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지, 충북도의 의견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오해는 말아달라고 충북도에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달 중순이면 용역결과가 나오는데 모든 시·도가 용역을 발주할 것 없이, 그 결과물을 가지고 충북도지사께 보고 드리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오는 26일 충청권 4개 시·도 담당 국장 회의에서 대선공약화와 관련한 공감대만 형성할 것인지 선언문을 채택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시의 또 다른 관계자는 "충북도지사에게 정확한 보고가 안 된 상황으로 보인다"며 "지방은행의 필요성 등에 대한 논리 정립이 덜 된 상황에서 도지사에 대한 설명 기회가 없었는데 언론에서 합의된 것처럼 나오니 오해가 있었던 듯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