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 갓 입문한 A 씨는 업무 상 관련 기관에 출입하던 중 구청에서 행정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던 B(여) 씨를 알게 됐다.

30대 초반인 ‘총각’ A 씨와 20대 초반 ‘처녀’ B 씨는 자연스럽게 서로에 호감을 갖게 됐다. B 씨가 행정인턴을 그만두고 나서도 두 사람은 만남을 이어가며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해오던 두 사람은 최근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기간 동안 A 씨가 근무에 들어가면서 잠시 만남이 뜸해졌다.

업무가 바빠 B 씨가 평소 같이 가자고 했던 전시회에 못 가준 게 마음에 걸렸던 A 씨는 짬을 내 B 씨와 공예비엔날레를 관람하고 자신의 차로 상당산성을 드라이브했다. 그런데 이것이 두 사람의 마지막 데이트가 됐다.

B 씨의 부모가 A 씨와의 만남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나이 차 등을 이유로 두 사람의 사이를 갈라놓으려 했던 B 씨의 부모는 평소에도 A 씨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로 욕설을 보내는 등 둘의 만남을 탐탁지 않게 여겨왔다.

그러던 중 B 씨의 부모는 딸이 산성에서 A 씨와 드라이브를 즐긴 사실을 알게 되자 경찰서에 A 씨를 고소하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연인 사이의 ‘스킨십’은 ‘강제추행’이 됐고 A 씨는 졸지에 성추행범이 돼 버렸다.

B 씨와 결혼까지 생각했다던 A 씨가 경찰서에 출두한 날인 지난달 28일 두 사람의 ‘로맨스’는 언론에 ‘청주시 공무원 성추행’ 제하의 사건 기사로 둔갑돼 보도됐다. 일부는 ‘청주시의 공직기강 확립 및 성희롱 예방 대책이 공염불에 그쳤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시가 직무감찰기능 강화 등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지나치게 느슨해진 근무기강을 바로잡지 못해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공무원 징계 기준까지 개정하며 공무원들의 공직기강을 강화하겠다는 시의 의지도 무색해지고 있다’며 시와 해당 공무원을 비방하고 나섰다.

그러나 두 연인의 평범한 데이트에 ‘공직기강’이라는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진정한 성희롱이었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선남선녀가 만남을 이어오던 과정에서 생긴,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었을 뿐이다.

나라의 녹을 먹는 공무원은 데이트도 하면 안 된다는 말인가. 연애를 하면서도 공무원은 ‘각 잡고 품위 있어야’ 한다는 건가. 아무리 사적인 내용이라 해도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아예 문제 될 소지가 보일 것 같으면 시작도 하기 전에 묶어놓고 일이나 열심히 하라며 옥죄어야 속이 시원할까. "공무원은 그러면 안 돼" 하면서?

언론들도 사안의 핵심을 공정하게 바라봐야 하는 본연의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한다. ‘공무원’이라는 단어 하나에 ‘옳다구나’ 하고 달려들어 한 사람의 명예를 실추시켜선 안 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