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청주시의회에 일침을 가했다.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선 참여연대의 지적이 조목조목 버릴 데가 없다.

"청주시의회 의장단 선출과 관련한 청주시의회의 파행은 다수당인 민주당의 부족한 정치력과 새누리당의 내부 민주주의 부족 때문이며, 정당의 이해관계에 기초한 이전투구식 싸움판을 지속하는 것은 시민의 대변자인 의원으로서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행동이다.”

그런데 양당 간의 협의와 화해를 외치는 목소리가 머쓱해지는 희한한 사태가 생겼다. 부의장 선출이 단초가 되어 원 구성도 하지 못할 만큼 박 터지게 싸우는 줄만 알았던 시의회 의원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낯빛으로 외유성 해외 출장에 나설 예정이라는 것이다. 결국 시민들만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맞아도 이만저만 세게 맞은 것이 아니다.

민주통합당 의원 3명과 새누리당 의원 1명이 한범덕 시장을 비롯한 청주시 대표단 6명과 함께 16일부터 22일까지 국제우호도시 결연을 맺은 몽골 자브항을 방문하기로 한 애초의 일정이 변경되긴 했다.

몽골출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청주시의원들이 먼저 해외 출장 일정을 전격 취소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외형적 명분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취소 소송과 관련한 청주시 조례 개정이다. 그러나 내부 갈등 봉합을 미뤄두고 외유성 출장에 나선 시의원들을 대부분의 시민들이 질타하고 나선 것이 출장 취소의 원인으로 짐작된다.

"9대 후반기 원구성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여·야간 원만한 합의를 거쳐 조속히 해결하고 시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희망을 안겨드리겠다"는 기자회견 말미의 약속에 그들의 얇은 속내가 훤히 비친다.

파행으로 인해 의회가 엉망진창인 상태에서 몽골 출장을 떠나기로 한 배짱이 무모하긴 했다. 시급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무슨 대사라도 있는가 싶어 확인해보니 자브항 도청 소재지인 율리아스테이에 조성되는 '청주의 숲' 식목행사에 참석하는 게 가장 중요한 행사였다.

아무리 여행목적을 부풀려 보려 해도 식목행사이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는 출장이다. 나무 심는 행사라고 하지만 인정 많은 몽고 지사가 먼 나라 손님들에게 구덩이를 파라고 할 리 없을 테니 그냥 몽고 초원바람을 쐬고 오는 정도였을 게다.

그런데 초청 행사라 해서 돈이 들지 않겠다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외유성 출장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는 해외 나들이에 의회사무국 직원 1명을 포함한 청주시의원들에게 책정된 예산이 1천260만원에 달한다. 물론 전액 모두 피 같은 청주시민들의 주머니 돈이다.

엉망진창인 집안 꼴부터 바로 잡아야

청주시 대표단도 몽골방문일정을 다음 달로 연기 하겠다 하여 구설에 오르고 있으나, 시장일행이 지난해 청주시를 방문한 자브항 도지사의 초청으로 결연도시 답방을 하는 것은 굳이 트집 잡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의사봉을 뺏는 거친 몸싸움에 듣는 귀를 의심케 하는 쌍욕을 뱉으며 당분간은 말조차 섞지 않을 것처럼 굴던 양당 의원들이 훈훈하게 어울려 나들이를 떠나는 상황은 충분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기자회견을 열어 시민들에게 공식사과와 함께 해외 출장 일정을 전격·취소했으나 시의원들의 번복에 잘했다는 칭찬이 들리지 않는다. 본전도 못 건지고 망신살만 뻗친 손해 본 장사를 한 것이다.

얼마 전, 부의장 선출과정에서 협의사항이 묵사발로 망가지자 전반기 부의장이던 새누리당 황영호 부의장은 시의회의 행태에 대해 ‘건달도 이런 짓은 안할 것"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산다는 건달을 제 이익에 오락가락 흔들리는 정치인에 감히 갖다 대다니, 자신들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한 치명적 실언이다. 전국건달협회에서 청주시의회에 강력한 항의문을 발송할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