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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돌려주자오병익 청주경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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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7.15  16: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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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마다 방학계획으로 싱글벙글이다. ‘교장선생님 방학 언제해요?’ 방학 맛을 알까? 초등학교 1학년짜리가 입학 후 첫 방학에 벌써부터 기대를 부풀린다. 깡충깡충 뛰는 걸 넘어 깨금발로 서는 숫자도 여럿이니 얼마나 큰 선물인지 방학은 축복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소통(疏通)에 있다. 말 그대로 어린이와 선생님, 부모와 자녀 사이가 막히지 않고 잘 통해야 방학은 방학다워지고 쏠쏠한 재미를 느낀다. ‘방학을 어떻게 보낼건데?’ ‘할 일이 너무너무 많아요.’ 그냥 많은 것도 아니고 ‘너무너무’란 수식어까지 붙여댄다. 마치, 휴가라도 따낸 장병처럼 '나 방학이야'란 벅찬 해방감에 젖어 얼굴 빛 부터가 다르다. 말로는 지식 정보화 시대의 홀로서기인 '자기주도 생활인'을 곧잘 운운하면서 천편일률적 과제와 생활계획은 여전히 구태의 답습으로 자칫 학부모 부담만 무겁게 한다. 학부모 고집에만 자녀가 묶여지고 기계처럼 돌아가는 생활로는 창의나 자기주도형 밑그림을 그리기 어렵다. 스스로를 주체하며 가꿔야 할 적당한 여백이야 말로 최고 방학 아닌가?

외형상 풍요로운 세상인데 정신건강은 바닥이다. 오죽했으면 전 국민의 정신검진을 추진하고 있을까. 건강해야 자기 문화도 창조하고 스스로를 주체적으로 꾸릴 에너지가 솟는다. 그러니 해답은 간단하다. 중요한 건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일'이니까. 우선 아이들의 방학 묘미는 평소 좋아하거나 어려웠던 다양한 체험으로 달라붙기 딱 좋은 날들 아닌가. '방학을 받아라' 좀 지저분하거나 느긋하면 대수랴. 웃음과 눈물, 그리고 작은 감동까지 몽땅 주인에게 돌려주자.

스스로 굴러가게

내가 열 살 되던 해 여름방학은 어머니의 주선으로 방과후학교에 입문했다. 꽤나 너른 폭의 냇물 건너편 서당을 찾아 방학날짜 내내 '동몽선습'을 익힌 추억이 생생하다. 대뜸 이름 석자를 물으신 훈장님은 다짜고짜 뜨락 뒤편으로 날 데리고 가시더니 손바닥에 물집이 생기도록 장작을 패게 하셨다. 내동댕이치고 도망할까 궁리도 했으나 어머니 생각으로 잘 견뎌 다음 날부터 서당의 정식 학동이 되는 행운을 쥐었다. 훈장님은 유교적 도덕과 역사를 가르쳐 주셨다.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만물 가운데에 오직 사람이 가장 귀중하니.....'주문(呪文)처럼 반복했다. 천륜의 예절인 '사람의 길'과 '사람 되는 법'을 일찌감치 학습한 셈이다. 근래 풍경은 어떤가? 아이들 강점과 능력을 키워보려는 의욕은 바람직하지만 '더 불어 사는 삶'의 낙제가 자주 눈에 거슬린다. 오랜 발효로 숙성된 인성보다 더 값진 자산을 세상 어디서 찾겠는가? 

방학과제를 두고 좀처럼 고정관념이 '뻥' 뚫리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다'며 투정도 들린다. 우리학교 방학 과제 메뉴는 독특하다. 콕 짚어보면, 저학년의 경우 '김치를 하루 한쪽이상 먹어 편식 없애기, 두발 자전거 배우기, 엄마께 칭찬 받은 일 써보기'이고, 중학년은 '신문에서 어린이기사 찾아 메모하기, 새로운 줄넘기 방법을 찾아내기, 집 주위에 있는 식물 관찰하기', 고학년에겐 '부모님 일하는 곳 찾아가 보기, 내가 도울 수 있는 곳 찾아 힘 보태기, 개미는 정말 부지런한가?' 등 아이들 스스로 선택한 과제가 전부다.

한 달 남짓 방학동안 뭘 얼마나 이루려고 빼곡한 시간표를 붙여 방학식도 하기 전, 멀미부터 쌓인다면 과정도 결과도 뻔한 스트레스 아닐까? 꼿꼿한 자녀의 직접변인 일순위는 가정교육이다. 학부모 일상은 흡수가 빠른 교재인 만큼 때론 칭찬과 격려로 때로는 따끔한 마음의 회초리를 전략으로 도덕성의 힘을 길러줘야 한다. 어려울 게 없다. 스스로 굴러가게 하면 된다. 나를 만나고 내 품성을 다듬이질 하는 것, 그게 바로 방학 승부의 경쟁력이다. 끼니까지 건너뛰며 재미에 푹 빠져 새카맣게 그을려 보는 체험 근육을 방학선물로 돌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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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adtx
어린이가 주인이 되어 하고싶은 일을하는 방학, 학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은 읽었으면 좋겠네요
(2012-07-17 13:16:23)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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