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로 불리며 MB정부 실세라는 평을 듣던 윤진식(66·충북 충주·사진) 국회의원이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최근 불구속 기소된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 모 중앙일간지 1면에 검찰에서 솔로몬저축은행이 퇴출 무마 청탁을 위해 윤 의원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 수사 중이라는 기사가 보도됐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해당 언론을 상대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언론중재위 제소를 비롯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도 4천만원은커녕 단돈 4천원도 받지 않았다고 강력 부인하고 있어 앞으로 전개될 검찰과 윤 의원 측의 법정 싸움에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충주발전을 염원하는 대다수 지역주민은 윤 의원에게 걸었던 기대가 워낙 컸기 때문에 보도를 의심할 정도로 그에게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있다. 새누리당 충주시 당원들과 일부 극성팬들은 검찰의 기소 사실을 믿지 못 하겠다며 윤 의원의 결백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지만 내심 걱정스런 표정이다.

하지만 윤 의원 지지자들의 우려와는 달리 경쟁 상대 당 당원들과 잠재적인 총선 후보군들 사이에선 혹시라도 재판 과정에서 혐의가 사실로 밝혀져 낙마될 경우 대비하려는 발 빠른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 ‘윤진식 쓰나미’에 충주 지지자들 '기대 반 걱정 반'

윤진식 불구속 기소 파문에 충주지역은 겉으로는 평온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심 지역주민 절대 다수가 걱정스런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10년 7·28 충주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 이래 짧은 기간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그에 대한 충주시민의 기대가 절대적인 만큼 충격 또한 크다. 이들 모두는 앞으로 전개될 법정 다툼에서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보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윤 의원 기소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을 스케치해 본 결과이다.

기업인, 공무원, 샐러리맨, 은행원, 중소상인, 교사, 전문직 등 비교적 중산층 이상의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주민들 사이에선 충주발전의 최적임자는 윤 의원 뿐이기 때문에 낙마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충주시청 한 간부 공무원 A(57) 씨는 “충주예산 연속 1조원 시대 개막을 주도한 분으로, 그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은 물론 앞으로 충주발전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인데 끝까지 결백을 믿고 싶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인 B(49) 씨는 “역대 국회의원 중 가장 큰 일을 해낸 분인데 믿기지 않는다”며 “대기업 유치와 중소 상공인 보호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애썼고 앞으로 기업인을 위해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업주부인 C(36) 씨는 “권력의 심장부에 있던 분이기 때문에 때론 유혹도 있었겠지만 지역에 비친 모습은 인간적이고 서민적이었다. 정말 믿을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검찰 공소 사실을 믿는 분위기도 팽배

반면 4·11 총선에서 야권 단일후보를 내놓고도 참패한 민주통합당은 윤 의원의 기소를 내심 기다렸다는 듯이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일부에선 시장과 국회의원 선거 연패를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법원 첫 공판도 시작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성급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야권 내 총선 잠재주자로 불리는 인사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더욱이 지난해 충주시장 재선거 당시 한나라당 후보 공천을 신청했다 탈락한 몇몇 인사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밖에 윤 의원이 기소된 것을 즐기는 부류는 현 정부에 대한 불만과 비판을 늘어놓는 호사가들과 일부 오피니언 리더 등으로 보인다. 이들은 친이(MB 지칭)계로 분류돼 온 윤 의원이 낙마될 경우 친박(박근혜 지칭)계 국회의원을 내세울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구체적으로 실명까지 거론된다.

민주통합당 한 관계자(58)는 “대선 공안정국 분위기 조성 전 기소된 윤 의원의 거취를 어둡게 전망한다”며 ”앞서 일부 언론에서 금품수수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도한데 이어 다른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제공했다고 또 다른 언론에서 보도한 것을 보면 솔직히 다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 D(23) 씨는 “국내 정치인 중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이 들통 나면 받았다고 시인하는 분은 없었다”며 “윤 의원의 결백 주장과는 달리 의심의 여지가 충분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49)는 “충주발전을 위해선 사실이 아니기를 기대하며 재판을 지켜보겠지만 여론몰이 식 정치재판으로 유력 정치인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은 경계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통합당 충북도당은 15일 성명을 통해 "윤 의원은 사죄하고 의원직을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도당은 "윤 의원이 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며 "검찰은 나머지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