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군의회 의원들이 블루마운틴을 관광한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사진 좌). 세계8대 불가사의인 와이모토 동굴을 견학한 후 포즈를 잡고 있는 모습(사진 우).

충북 음성군의회가 선진지 견학을 빌미로 관광성 해외 연수를 다녀와서 제출한 ‘공무국외연수결과보고서’가 졸속으로 작성돼 혈세 낭비란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의원 8명 중 3명만 소감문 형식으로 보고서를 대체한 반면 나머지 5명은 아예 개인별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고 공동 보고서 제출에만 의존했다.

하지만 ‘음성군의회 의원 공무 국외연수 규칙’ 제10조(보고서 제출)에는 연수를 마친 후 30일 이내에 보고서를 작성, 의장에게 제출하고 홈페이지에도 공개하도록 돼 있다.

음성군의회에 따르면 군 의원 8명과 의사과장, 전문위원, 수행직원 2명 등 총 12명은 지난 5월 14∼21일 6박8일 일정으로 1인당 328만원씩 총 3천936만원을 들여 호주와 뉴질랜드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당시 이들의 연수를 기획한 NH여행사가 짠 일정을 보면 누구나 관광성 해외여행이라고 판단할 정도로 대부분 일정이 의정활동과 무관한 관광코스로 구색을 갖춰 출발 전부터 논란이 야기됐다.

이들이 공동 제출한 30쪽 분량의 결과 보고서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이들 일행들은 올바른 의회 민주주의 실현의 가치 추구와는 다소 동떨어진 외유성 해외연수를 다녀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이들이 해외연수를 다녀온 시기는 음성군 관내 농민들이 농사일 때문에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농번기였기 때문에 부적절했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요식행위에 불과한 A4 용지 2쪽 분량이 수천만원 들인 결과물

더욱이 이들이 만든 보고서를 보면  마지못해 제출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평이 앞선다.

1쪽은 연수개요, 2쪽은 목차, 3∼4쪽 서론에는 연수개요·세부내용·일정 등이 있고 5∼26쪽엔 연수 국가에 대한 일반현황과 연수내용을 실었다.

하지만 이는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쉽게 알 수 있는 원론적이며 기본적 상식 수준의 자료를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하다.

반면 이번 연수를 통해 느낀 점이나 배운 것 또는 음성군정 발전을 위해 건설적인 의견을 담은 해외연수의 엑기스인 결론 부분은 달랑 27∼30쪽까지이며 실제로는 A4 용지 2장 분량에 그쳤다.

특히 의원 개인별 의견임을 전제로 실명을 거론한 의원은 손수종·조천희·손달섭 의원 3명뿐이며 사실상 이들만 소감문 형식으로 개인별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의회 관계자는 전했다.

나머지 5명 의원은 현지에서 한 마디씩 던진 말을 수행 직원이 기억을 살려 8개 항으로 정리해 놓은 것이 수천만원을 들여 다녀온 해외연수의 결과물이다.

또한 귀국 후 의원들끼리만 모여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교환한 것이 고작 전부인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음성군의회 해외연수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음성군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인근 자치단체 의회의 경우 해외연수를 다녀온 후 전체 의원들 앞에서 결과를 발표함은 물론 벤치마킹한 자료를 토대로 집행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책 제안을 하는 등  해외연수를 위해 애쓰는 점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