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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화유산 ‘韓山’이재준 전 충청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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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2.03  22: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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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성(牛頭城)’

삼국사기 백제본기 무령왕 조(條)에 등장하는 성이다. 백설이 분분한 겨울. 동성왕은 약간의 시위 군사를 거느리고 사냥을 나갔다. 평소 사냥과 풍류를 좋아한 동성왕은 호걸이었다. 그러나 이 행차가 죽음을 재촉하는 마지막 사냥 길이 될 줄이야. 그가 마포촌(馬浦村)이라는 마을에 유숙했을 때 가림성(加林城) 성주 ‘백가’는 왕을 시해한다. 자신을 왕도(王都) 웅진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성주로 임명한 왕에 대한 분풀이다.

당시 일본에 머물고 있던 젊은 무령왕은 부왕의 시해(弑害) 소식을 듣자 군사를 거느리고 귀국한다. 그리고 우두성에 진을 친 채 백가의 가림성과 대치했다. 마침내 무령왕의 군대는 백가의 반군을 토벌하고 백가를 잡아 백강에 던졌다.

작고하신 두계 이병도 박사는 우두성을 지금의 춘천(春川)으로 비정한 바 있다. 춘천의 옛 지명이 우수주(牛首州)라는 데서 이 같은 생각을 하였을 것이다. 필자는 젊은 시절 가림성을 답사 할 당시 무령왕이 진주했던 우두성을 생각하면서 혼란에 빠진 적이 있다. 우두성을 춘천으로 보면 부여 인근인 임천 가림성과는 너무 먼 거리였기 때문이다.

서천군 한산면에는 백제시대 고성(古城)인 건지산성이 있다. 성터를 돌아다니다 보면 발끝에 채이는 것이 백제 기와조각이다. 유백색의 기와 촉감은 1천5백년 시공을 초월, 백제 장인들의 따뜻한 체온으로 와 닿는다.

동국여지승람 기록을 보면 건지산성은 본래 ‘우두성’이라 불렸다고 돼 있다. 그렇다면 무령왕이 진주했던 우두성이 한산 건지산성였던가. 백제시대 사람들은 왕을 견길지, 건지, 곤지 등으로 불렀다고 한다. 건지산성은 왕의 호칭과도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닐까. 우두라는 이름도 ‘우두머리’라는 우리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최고의 지위와 연관 지을 수 있을 것이다.

한산 건지산성은 바로 대림산성이 자리 잡은 임천과 대응하는 위치에 있다. 무령왕이 일본에서 서해로 상륙해 제일 먼저 거점을 잡은 곳이라면 바로 건지산성이라야 옳다. 그래야 말이 된다.

한산면 건지산성 아래 마을에서는 그 유명한 소곡주가 빚어지고 있다. 필자는 충청도 으뜸 명주로 소곡주를 꼽고 싶다. 면천 두견주, 상당산성 대추술도 좋지만 소곡주의 은근한 향취에는 따라가지 못한다. 속칭 앉은뱅이 술로 불려지는 소곡주에도 백제 유민들의 한 서린 전설이 내려온다. 나라 잃은 슬픔을 잊으려 만들어 마신 술이란다.

한산의 명물은 또 있다. 바로 한산 모시다. 백제시대의 한 노인이 꿈을 꾼 후 건지산 기슭에서 모시풀을 발견했다고 하니 1천5백년이 넘는 역사다. 모시는 올이 곱고 아름다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평가 받는다. ‘잠자리 날개’라는 표현을 썼을 만큼 섬세한 옷감으로 모시로 만든 여름 한복은 우아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한산모시가 택견과 줄타기와 함께 유네스코의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고 한다. 한산문화가 세계 문화유산의 반열에 오르다니 경사가 아닐 수 없다. 계제에 한산의 우두성과 소곡주도 세계인들이 즐겨 찾고 마시는 새로운 한류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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