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방의회가 후반기 원구성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후반기 원구성을 놓고 감투싸움과 특정 정당 자리 나눠먹기, 담합, 밀실거래 등으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정당공천제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05년 8월 개정된 현행 공직선거법은 중앙정당이 지방의회 후보자를 공천하도록 하고 있다. 정당공천제의 장점으로는 정당정치 활성화, 책임정치 실현, 경쟁력 있는 유능후보 선출 등을 꼽았다. 하지만 지방정치의 중앙 종속화로 인해 주민보다 정당 실세에 줄서기나 공천경쟁 과열로 인한 금품수수와 향응 등이 문제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국민들의 70~80%이상이 이 제도를 반대하고 있다. 시도단체장들이 모이면 연례행사처럼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지방의회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것은 중앙정치가 지방의회를 장악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정당공천제가 문제인 것이다.

지방의회 의원은 소속 정당의 눈치를 보거나 다시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감시자의 역할보다는 당의 거수기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일종의 ‘빨대 정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다수당 의원들이 의장 후보선출 과정에서 반목하는 이유는 공천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이 원격조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통합당은 중앙당에서 지난달 말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의장단 선거지침 공문을 발송했다. 민주당이 다수당일 경우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를 단일화하고, 그 후보를 의장으로 선출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민주통합당 소속 대전 유성구의원들은 지난달 29일 열린 구의장 선거에서 당내 경선을 통해 선정한 단일 후보를 의장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본 선거 과정에서 의원들에게 거짓 약속을 남발한 것이 문제가 돼 유성구의회는 현재 개회조차 못하고 있다.

요즘 후반기 의장을 선출한 청주시의회에서는 전·현직 국회의원의 영향력과 입김이 의장 선출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전·현직 국회의원의 대리전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원구성을 놓고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충북도의회의 민주통합당 소속 남부3군 도의원 4명은 지난달 25일 L전 국회의원의 주선으로 간담회를 가졌다. 남부3군 도의원들의 의견을 하나로 조율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다. 이 자리에서 L전 의원은 B의원을 도의장 후보로 지지해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의원이 반대 의견을 보이면서 L전 의원과 S의원 간 고성이 오가는 설전이 벌어졌다. 이 와중에 화가 난 L전 의원이 S의원에게 손찌검까지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정당공천제 폐해는 어제 오늘이 아니다. 지난 4월 총선에서도 지방의원들은 국회의원 비위 맞추느라 주민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지방의원은 국회의원의 하수인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종전의 연락사무소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폐해를 정치권이 모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대선 앞두고 여야 정당공천제폐지는 ‘꿀먹은 벙어리’

요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국회의원 특권을 폐지하겠다고 야단이다. 하지만 정당공천폐지에는 여야 모두 '꿀먹은 벙어리'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정당공천제'를 왜 폐지하겠는가. 여야 모두 금기시 하고 있다.

지방의회는 중앙정부의 지나친 간섭을 벗어나 지역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지금처럼 중앙정치의 하수인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서는 우선 기초지방선거에서만이라도 정당공천제가 폐지돼야 한다.

이번 대선 공약에 정당공천제폐지 공약을 내세우는 정당에 표를 주자. 하지만 지금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들은 이미 7년여 동안 '공천제 꿀맛'에 너무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정당공천제 폐지 전국민운동이라도 전개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