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걸어왔을까
내 몸 싣고 다닌 신발
나이만큼 걸어오는 동안
자갈길 진흙 길 흙탕물에 빠졌었지
돌부리에 채여 상처 났어도
아무 말 없이 나를 싣고 다녔어

얼마나 숨 막혔을까
뜨거운 여름날 꼬랑내가 나고
땀이 방울방울 서리기도 했던
까막 고무신 노란 고무신
도랑가에서 가재 송사리 담는 동안
행복했을지도 몰라

얼마나 무거웠을까
나의 체중을 싣고 다니느라
짓눌린 압박감과 치받는 대지 사이에서
부딪혀 오는 체중만큼 책임 무거울수록
괴로워도 잘 참고 견디었다
묵묵히 나를 모시고 다녔다
얼마나 더 걸어가야 할까

현관에 돌아와 벗는 황혼은
그동안의 짐을 벗고 홀가분할까
뒤 돌아보니
뽀얀 먼지 뒤집어 쓴
네 모습 처연하다

그 사람의 모습처럼 

▶충북 음성 출생
▶문예한국 시 신인상 당선
▶시집『딱 두 달만』
▶한국시낭송전문가협회 회원
▶청주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