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55·사진) 전 서원학원 이사장이 왜 숨졌을까. 그의 사인에 대해 세인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최근 홍콩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숨진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은 6월26일 오전 8시 이후부터다.

26일 충북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홍콩 현지 경찰이 김 전 이사장의 사망신고를 접수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현지 경찰은 김 전 이사장에게 특별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고 외부 침입 흔적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정확한 사망 원인과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부인 등 유가족들은 김 씨의 사망사실을 통보받은 뒤 홍콩 현지로 출국, 현재 김씨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김 전 이사장이 1주일 전부터 심장 등 몸이 좋지 않았다"며 "자살설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김 전 이사장의 부검 여부를 현지 경찰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고인의 시신은 내달 초순쯤 국내로 운구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경찰이 부검 결정을 내릴 경우에는 이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

김병일 전 이사장은 19대 총선 전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의 인터넷 성추문 유포에 연루된 혐의를 받아왔다. 정우택 의원 측은 경찰에 해당 글을 유포한 이들을 처벌해달라고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을 조사하던 충북경찰청은 김병일 전 이사장 페이스북 계정에 정우택 의원 성추문 관련 글이 게재된 블로그가 연동된 사실을 발견하고 1차 소환조사를 했다.

1차 소환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출두한 그는 “내가 올린 게 아니다. 해킹 당한 것 같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김 전 이사장이 1차 소환조사 이후 3차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자 법원으로부터 4월23일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신병 확보에 주력했다. 하지만 그가 업무 때문에 홍콩으로 출국하면서 수사는 답보 상태였다.

김 전 이사장은 최근까지도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귀국 일정을 조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탈락 후 우울증과 상실감에 시달려

그가 홍콩으로 출국한 것은 4·11 총선에 앞두고 3월15일 새누리당 8차 공천자 명단에서 탈락 후 2~3일 지나서다. 당시 김병일 전 이사장은 친박 7인회 좌장인 김용환 전 국회의원의 권유로 청원군에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천은 이승훈 전 충북정무부지사가 받았다. 공천 탈락 후 홍콩으로 간 후 3개월 동안 전화기를 꺼놓는 등  자신이 필요한 지인들을 제외하곤 일체 외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지인들에 의하면 그는 그동안 심한 상실감과 우울증에 시달려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전 이사장은 4남1녀의 장남으로 교육계의 원로인 부친과 모친이 생존하고 있어 가족들의 충격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김씨와 관련된 유포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그러나 글 게시자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한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충북지방청 목성수 사이버수사대장은 “김씨의 사망사실을 확인은 했지만 사인은 홍콩경찰이 수사중”이라며 “다각적으로 수사를 계속하겠지만 김씨의 사망으로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전 이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당시 서울특별시 대변인과 경쟁력강화추진본부 본부장을 맡으면서 ‘MB 맨’으로 불렸다.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청주 서원학원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