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시도되는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의 행정구역 통합을 결정하는 청원군 지역 주민투표가 27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14개 읍·면 53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유권자 12만240명의 3분의 1인 4만80명 이상 투표해야 개표할 수 있다. 개표가 이뤄져 유효투표자의 과반이 찬성한 것으로 나오면 청주시와의 통합이 확정된다. 통합시 출범 시기는 2014년 7월이다.

하지만 투표율이 33.3%를 넘지 못하면 투표함은 열어보지도 못하고 통합 찬반에 대한 주민 의사는 알 수 없게 된다. 청원군 선관위는 27일 오후 8시 30분 개표소인 청원군민회관에서 최종 투표율과 함께 개함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다.

청주시는 주민투표 없이 지난 21일 시의회의 만장일치 의결로 먼저 통합 의사를 확인했다.

▶ '3전4기' 통합 시도, 투표율 33.3%가 관건

달걀 노른자위(청주)와 흰자위(청원) 형태의 동일생활권인 이들 시·군은 앞서 1994·2005·2010년 세 차례 통합을 추진했다. 그러나 청원군민들과 군청, 군의회가 모두 반대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양 자치단체와 충북도가 민선 5기 출범 직후부터 통합에 공을 들여 왔고 청원군의회도 통합에 적극적이다. 주민대표단체 성격인 청원·청주통합 시민협의회와 군민협의회도 통합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문제는 투표율이다. 33.3%를 넘지 못하면 투표함을 열 수 없어 네 번째 통합 시도도 좌절된다.

통합을 지지하는 측은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라고 판단하면서도 투표일이 평일이고 농번기라는 점 등을 우려하고 있다.

투표는 여느 선거와 마찬가지로 지정된 투표소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투표용지에 기표하면 된다. 반대가 투표용지의 상단에, 찬성이 하단에 기재된 점을 유의해야 한다.

주민투표 홍보에 주력해 온 청원군은 전체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는 내수, 오창, 오송 3개 읍 지역의 투표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읍 지역 유권자는 전체의 56.4%(6만5천664명)이다.

만약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을 이루면 2005년 제주특별자치도에 이어 주민투표로 자치단체가 탄생하는 두 번째 사례가 된다.

▶ "중부권 핵심도시 도약" vs "결국 청원이 손해볼 것"

주민투표 발의 공고와 함께 활동을 시작한 통합 찬반 단체들도 투표일이 목전에 다가오면서 잔뜩 긴장하고 있다.

반대 단체인 '청원지킴이'는 흡수통합 우려, 통합 후 행정과 예산 청주 집중, 혐오시설 청원군 입지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부재자 신청의 문제와 군의 선거 개입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단체 최병우 대표 등 3명은 이날 군청에서 삭발식을 갖고 "현재 통합 방식은 군민이 어렵게 이뤄 놓은 행복한 삶을 청주시에 상납하는 불행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27일 실시하는 주민투표에 군민은 한 사람도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을 팔아먹는데 동참하면 후손으로부터 지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투표에 불참해 군민의 자존심을 지키고 잘 사는 청원군을 지켜내자"고 덧붙였다.

찬성단체인 '청원·청주 통합 주민참여운동본부'는 "인구 100만명의 경쟁력 있는 도시로 거듭나 대전시, 세종시와 함께 중부권의 핵심도시로 성장할 것"이라며 "반대 단체가 걱정하는 내용은 통합 시민협과 군민협의 75개 상생발전 협의사항에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시종 충북지사와 이종윤 청원군수는 투표율을 '40% 이상'으로 예상했다.

2년 전 6·2지방선거 당시 청주·청원 통합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두 단체장이 주민투표의 효력 기준 3분의 1(33.3%)을 무난히 초과할 것으로 낙관한 것이다.

이 지사는 주민투표일을 하루 앞둔 26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통합을 원하는 여론이 확산되며 투표율을 끌어 올리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예상투표율은 최저 35%에서 최고 45%로 본다. 적어도 40%는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 군수도 앞서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투표율 40%는 무난할 것"이라고 했다.

2005년 9월 주민투표 당시 청원군 투표율은 42%였다. 7년 만에 치를 주민투표에서 이 기록이 깨질지 관심이다.

이 군수는 26일 담화문을 통해 "청원·청주상생발전 방안 등 객관적인 정보를 토대로 군민들이 찬반 의사를 신중히 결정했으리라 믿는다"며 "주민투표권 행사는 군민의 권리이자 의무"라며 투표 참여를 촉구했다.

청주시와 청원군은 이번 주민투표에서 통합 의사가 확인될 경우 통합시 명칭과 시청사 위치를 협의하고 '통합시설치특별법(가칭)'을 제정하는 후속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