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주지역에서 3년 째 개인택시를 운행 중이라는 L 씨가 매출전표를 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전국의 택시기사들이 지난 20일 서울광장에 모여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는 택시운송사업조합과 양대 택시노조(전국택시노조연맹·민주택시노조연맹), 개인택시연합회 등 택시 노사 4개 단체가 처음 공동 주최했다.

택시노사는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 버스·철도와 같은 수준의 지원을 해달라”며 △LPG 가격 상한제 도입 △택시연료 다양화 △요금 인상 등도 요구했다. 비록 하루 동안의 짧은 파업이었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과연 무엇이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했을까.

지난 주말 충북 청주지역 택시기사 몇 명에게서 현재 그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조금이나마 들어봤다. 물론 모든 택시기사들이 이들과 같은 생각이라고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택시기사들의 어려움을 다소나마 실감할 수 있었다.

▶ 법인 “온종일 일해야 사납금 겨우 맞춰”

지난 23일 만난, 청주지역 모 택시회사에 근무하는 J(37) 씨는 7시간 째 운행 중인데 이제 겨우 4만 원 가량을 벌었을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1인 2차제로 교대근무를 해야 하지만 대부분 회사들이 혼자 운행하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심하게는 24시간 내내 운전하는 사람도 있죠. 명목상이지만 월급제를 시행하는 회사를 빼고 일당제로 하면 보통 약 10만 원을 하루에 입금해야 합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사납금을 꼬박 꼬박 ‘갖다 바쳐야’ 4대 보험 빼고 최저임금으로 110만 원 정도를 받아요. 가스도 하루 평균 50ℓ 정도 사용하는 데 회사가 넣어주는 20여 ℓ를 빼면 본인 부담으로 넣어야 하고요.”

J 씨는 택시회사와 공제조합이 담합해 각 사별로 입금액을 조정한다고 한다. 이런 부분이 기사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는 것.

“택시기사는 마지막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청주와 청원이 통합되면 모를까, 개인택시 증차도 안 되고 있잖아요. 또 택시는 버스와 다른 게, 버스는 카드를 사용하고 CCTV도 있지만 택시는 손님이 타고 내릴 때마다 미터기가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아요. 다 기사가 손을 대서 작동시켜야 하죠. 그런데 초보자들은 손님이 타도 그냥 출발할 때가 있어서 뒤늦게 미터기를 작동시키다 보면 실제 운행기록과 금액이 1천∼2천 원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는데 모 회사의 경우 그 금액을 기사가 횡령했다며 경고장을 날리기도 해요. 안팎으로 치이는 거죠.”

▶ 개인 “적은 손님·높은 LPG價에 힘들어”

이날 오후 늦게 상당구 율량동 인근에서 만난 개인택시 기사 L(50) 씨는 말로만 ‘국민연료’인 LPG 가격과 손님 감소에 하루하루가 힘들다며 하소연했다.

“법인택시도 마찬가지이지만 LPG 값은 기사들이 부담해야 하잖아요. 하루 20만원 벌어도 가스 값으로 8만 원 정도 쓰게 돼요. 거기에 밥 먹고 뭐하면 얼마 안 남아요. 그런데 LPG 가격은 비싸고 택시요금도 햇수로 4년 째 그대로이니 죽겠다는 말이 절로 나오죠. LPG가 휘발유나 경유보다 싼 것 같죠? 연비가 낮아서 운행하는 만큼 오히려 돈이 더 나갑니다.”

충북의 택시요금은 2006년 2월 말 1천500원에서 1천800원으로 20% 오른 뒤 2009년 4월 2천200원으로 22% 상승한 이래 계속 제자리걸음이다.

LPG 가격도 2006년엔 745.46원이었으나 2008년 1009.57원으로 1천 원 대에 진입한 후 2009년 832.34원, 2010년 954.27원으로 다소 하락했다가 지난해 1072.68원으로 오른 뒤 이달 셋째 주인 6월 23일 현재 1147.53원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1950.08원인 보통휘발유의 60% 수준이다.

카드 전표들을 보여주며 한숨을 쉬던 L 씨는 정부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불황에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적어졌는데 경제를 살리겠다던 높으신 양반은 뭘 하는지 모르겠어요. 택시는 LPG만 사용하도록 하는 정부에도 문제가 있어요. 이번 파업 후 바뀌는 게 없으면 오는 10월에 또 상경집회가 열릴 겁니다. 12월에도 계획돼 있다고 알고 있어요. 시민들은 여전히 택시요금이 비싸다는 말씀들을 하시는데 업계 사정을 아시면 그런 얘기 못 하실 겁니다.”

사천동 일원에서 기자를 내려준 L 씨가 ‘운 좋게’ 바로 다른 손님을 태웠다. 기자 역시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는 시민 중 한 사람이지만 저들과 시민들이 모두 만족하는 정책이나 대안은 과연 언제쯤 나올까 생각하게 만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