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 22일 충주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에어컨를 대신해 부채질로 더위를 식히며 수업을 받고 있다.

때 이른 무더위로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여름철 전력난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이나 학교 등에서 강도 높은 에너지 절약이 추진되면서 공무원들과 학생들이 ‘찜통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22일 오후 2시 충북 도청의 한 사무실 실내온도는 29.5도.
간편 복장으로 근무를 하지만 연신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고, 부채를 부쳐보지만 더위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다. 선풍기로 실내온도를 낮추는 데도 한계가 있다.

다른 사무실의 온도 역시 29도 안팎, 심지어 31도를 넘는 곳도 있지만 냉방기 사용이 자제하고 있다.
윤충노 충북도청 회계과장은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에는 1시간 35분 동안 냉방기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며 “올해는 더위가 심하고 오래갈 것이라는 예보에 벌써 여름날 일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충청북도는 9월까지 에너지 절약을 통해 6만 3천8백 킬로와트의 전력을 절약한다는 계획이어서, 공무원들은 어느 해보다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22일 오후 2시 충주의 C고교 1학년 교실. 이날 낮 최고 기온이 30℃를 기록한 탓에 학생들은 공책을 들고 연신 부채질을 했다. 교실내 설치된 에어컨은 ‘OFF’ 상태였다.

이 학교에는 에어콘이 있지만 가동을 하지 않고 있다. 학교측에서 전력요금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30여명의 교실에 천정형 선풍기 2대가 요란하게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구석에 자리한 학생들은 선풍기 바람이 오질 않아 연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학생들은 “더워서 수업에 집중이 안된다. 에어컨을 빨리 틀어줬으면 좋겠다”며 투덜거렸지만, 학교 측은 손사래만 쳤다. 학교 관계자는 “전기료 때문이다. 정부의 에너지 절감 방침에도 따라야 한다”고 했다.

이 학교 학부모 이모(48)씨는 "학교에서 냉방기를 가동하지 않아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면 파김치가 되고 있다"며 "선풍기조차도 갖추지 않고 있어 학교측에 냉방기를 가동해 달라고 해도 냉냉한 답변만 듣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력난으로 관공서의 실내 적정 온도를 28도로 제한하고 있지만 학교교실이나 도서관 같은 곳은 26도로 2도가 낮다.

전기료, 학교운영비 3분 1차지 에어콘 있으나마나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학교의 60% 이상이 '천정형 냉난방기'가 설치돼 운영되면서 일부 학교의 경우 선풍기를 아예 설치하지 않고 있다.

냉방시설을 가동하지 않으면서 선풍기조차 없는 학교의 경우 학생들은 하루종일 찜통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다.

김모(56)교사는 "교실의 천정형 냉난방기 설치이후 선풍기조차 사라졌다"며 "요즘 같은 경우 학생들이 선풍기 조차 없이 수업을 받는 것은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상당수 학교가 냉방을 제대로 못하는 것은 정부의 에너지절약 정책과 학교운영비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전기료 부담 때문이다.

요즘 한국교원단체총연합은 교육용 전기료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교총에 따르면 교육용 전기료는 2008년 4.5%, 2009년 6.9%, 2010년 5.9%, 2011년 8월 6.3%, 2011년 12월 4.5% 인상됐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지난해에만 무려 11% 가량 인상했는데 6개월 만에 또 전기료를 올리면 학교 운영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 쾌적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힘들다”며 “인상이 불가피하면 추경을 통해 예산을 늘려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