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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함 뚜껑은 열릴 수 있으려나류경희 편집국장
류경희  |  queenkyungh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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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6.19  17: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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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7일, 청주·청원 통합의 가부가 결판나게 된다. 서로 흠집 내기에 바빴던 정치권은 오랜만에 한마음이 되어 통합의 분위기가 매우 긍정적이라며 설레발을 치고 있다. 언론 역시 제 깜냥껏 힘을 보태는 상황이다.

‘민주통합 충북도당 청원군민 투표참여열기 고조 환영’ ‘청원군의회, 군민 미래 스스로 선택주민투표 찬성’ ‘시민사회단체 청주·청원 통합 동참’ 등 통합밀어주기 기사가 열에 아홉이다.

한범덕 청주시장과 이종윤 청원군수는 코앞에 닥친 청원군 주민투표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혼신을 쏟고 있다. ‘마지막 도전’이라는 생각으로 홍보에 나서라는 지시를 하명했다는데, 마지막이라는 단어에 비장감이 서려있다.

투표율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투표함이 개봉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갈리기 때문이다. 투표율이 33.3%를 넘지 못하면 투표함은 뚜껑조차 열수 없게 된다. 주민투표 효력을 ‘전체 투표자가 주민 투표권자 총 수의 3분의1인 33.3%를 넘는 경우’로 정해놓고 있는 주민투표법 24조에 의한 규정에 의해서다. 지난해 8월 실시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도 개함조건을 달성치 못해 결과를 공개하지 못한 채 투표함이 자동 폐기됐었다.

지난 2005년 주민투표는 청원지역의 반대 53.5%로 무산된 바 있다. 1994년의 세대주 주민의견 조사 결과는 반대 의견이 65.7%로 더 참담했다. 그러나 27일 실시되는 주민투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은 편이라고 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의 찬성 의견이 월등히 높기는 했다. 그러나 여론조사와 '현장 투표율'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청원군은 27일 실시될 주민투표 선거인수를 12만240명으로 19일 확정·공고했다. 12만240명 중 개표 조건인 투표율 33.3%에 해당하는 투표인수는 4만80명이란 계산이 나온다. 4만80명, 만만한 숫자가 아니다. 청주시를 둘러싸고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있는 청원군의 유권자 중 4만 80명이 넘는 주민들을 어떻게 투표장으로 끌어내는가가 난제 중의 난제인 것이다.

유권자 중 30~40대가 5만676명인데, 전체 투표자 42%에 달하는 이들이 투표장에 나오도록 독려하는 것이 이번 주민투표의 전략이다. 유권자 26.7%가 밀집된 오창읍이 협조해 준다면 예상보다 쉽게 목표치 달성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또한 희망사항이다. 밥벌이에 바쁜 3, 40대가 통폐합을 묻는 주민투표에 열정적으로 나서줄지가 의문이다. 더구나 주민투표일은 임시 공휴일도 아니다.

투표율 달성해야 갈등도 풀릴 텐데

최대의 걸림돌은 시민단체 청원지킴이다. 통합 반대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는 청원지킴이의 열정은 가히 움직이는 시한폭탄 수준이다. 이종윤 청원군수를 주민투표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이들은 불법과 부정이 판치는 주민투표 중단과 불법단체인 통합군민협의회를 즉시 해체하라면서 연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핵폭탄 급의 녹취를 확보하고 있다며 위협하는 반대단체의 기세에 찬성단체인 통합 주민참여운동본부는 “불법 홍보활동이 지속 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성 메시지로만 조용히 대응했다. 조심스레 몸을 사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통합의 찬반을 묻는 청원군 주민투표가 화합을 위한 축제가 아닌 찬반 단체 간의 비방과 격렬한 투쟁으로 발전하자 점입가경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고 있다. 점입가경(漸入佳境), 가면 갈수록 아름다움이 더해진다는 말이 아닌가, 진서(晉書)의 고개지전(顧愷之傳)에 등장하는 고개지는 사탕수수를 먹을 때 줄기의 가느다란 부분을 먼저 씹었다. 맛없는 쪽부터 먹는 까닭을 묻자 그는 "갈수록 점점 단맛이 나기 때문(漸入佳境)이다"라 대답했다고 한다.

더 잘하자고 벌인 일이 시끄럽게 틀어지고 있으니 곧이곧대로 쓰자면 난경(難境)이며 곡경(曲境)이다. 갈등을 풀고 진정한 가경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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