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아픈 달이다. 온 국토를 피로 물들였던 6. 25를 비롯한 동족상쟁의 혈투가 유달리 6월에 터지곤 했다.

휴전이후 대표적인 북한의 도발인 제 1연평해전과 제 2차 연평 해전이 발발한 시기도 맞춘 듯 6월이다. 13년 전인 1999년 6월15일,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의 북방 한계선(NLL) 침범으로 양측 해군 함정 간 교전이 발생했다. 제 1차 연평해전이다. 이 교전으로 우리 측 해군 장병 7명이 부상을 입었다.

제 2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방한계선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이 우리 해군 고속정인 참수리 357정에 선제공격을 가한 도발이다. 이로 인해 357정 정장 윤영하 소령 등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청주시협의회는 제 1연평해전이 발발했던 6월 15일을 맞아 자문위원 통일역량 강화를 위한 통일 안보 연수를 개최했다. 이날 안보견학지는 독립기념관과 평택시 소재 해군 제2함대 천안함 안보공원으로 호국영령들에 대한 헌화와 천안함 안보견학 그리고 청주함 위문행사 등이 차례로 실시됐다.

허리가 처참하게 잘려나간 채 전시되어 있는 천안함은 섬뜩한 공포였다. 상상보다도 훨씬 처참한 몰골을 보며 밝은 태양 아래서도 한기가 느껴졌다. 천안함 사태에 대해 피로파괴니 내부폭발, 좌초설 등 갖가지 의심을 품은 자들이 직접 참담한 실체를 확인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연평도해전에서 곳곳에 적의 총탄 상해를 입은 참수리호 함을 살펴보고 향한 서해 수호관에는 제1, 제2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등과 함께 연평도 포격도발사건에 관련된 영상자료, 증거물 등이 정리되어 있었다.

그 중 마음을 저리게 하는 전시물이 천안함사건으로 산화한 해군장병들의 유품들이었다. 휴가를 대비하여 손질한 듯 보이는 깔끔한 군복, 일기장, 성경책 등 장병의 체취가 아직 살아있는 일상용품들을 보는 순간 심장에 얼음조각을 댄 것처럼 날카로운 통증이 지나갔다. 더욱 숨을 멎게 하는 것은 46명 장병들의 신상이었다.

바다를 호령하는 용감한 병사였지만 채 성인이 되지 않은 소년이었던 일병과 상병, 제대를 앞두었던 병장은 어머니에게 쵸코맛 파이를 투정하는 사랑스런 자식이었을 것이다. 눈빛이 선한 부사관은 아내의 가슴에 따뜻이 안기길 좋아하던 부드러운 남편이며 아빠였을 것이다.
진열된 유품으로만 남은 아들과 연인 아빠를 보는 가족의 통곡을 어찌 위로해야 할까.

전시관을 나와 정박돼 있는 청주함에 승선하여 장병들을 위문했는데 장병들을 대하는 마음이 제 2함대 견학 전과는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창 밖, 스치는 6월의 녹음이 편안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