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에 성공했던 방화 ‘생과부위자료소송’은 남편을 직장에 빼앗긴 부인의 불만을 그린 영화다. 평소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느라 마누라의 잠자리를 챙기지 못했던 남편은 대기발령까지 당한다. 분노한 주부 이경자는 그 동안의 부실한 부부관계가 남편의 과중한 업무 탓이라 주장하며 남편의 직장인 대기업 `일산`을 상대로 생과부 위자료 청구 소송을 낸다.

막상 소송을 벌이긴 했으나 법정에서 자신의 사생활, 성생활이 적나라하게 밝혀지자 경자는 수치심 때문에 재판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사건을 수임한 여변호사는 자신의 처지가 경자와 다르지 않다며 새롭게 재판에 임하자고 설득한다.

법정에서 아내는 남편이 조직에 매달려있는 동안 심한 애정 결핍을 겪어왔음을 호소한다. 그러나 피고 측 변호사는 그동안 남편을 성적으로 압박했던 아내의 행동거지를 증거로 제출하며 경자를 비정상적인 호색녀로 몬다.

결국 올바른 판사의 판결로 경자는 거액의 생과부 위자료를 받아 낸다. 영화에서의 배상금은 2억 원이었다. 코미디물로 분류되었지만 영화 ‘생과부위자료소송’은 섹스리스(sexless) 부부의 심적 고통과 갈등을 진지하게 다룬 면이 있었다.

‘섹스리스(sexless) 증후군’은 성에 대한 애착이나 적극성이 결여되어 생기는 증상이다. 부부관계를 성가시게 생각하거나 성행위 자체가 불결하다는 생각 때문에 거부감이 생기는데. 이 짓을 왜, 꼭 해야 하나 라는 부정적 생각이 성생활을 회피하게 만든다.

부부간의 성행위보다 혼자 해결하는 자위행위가 오히려 편하고 익숙해서 정상적인 성관계를 외면하기도 한다. 섹스리스 증후군이 지속되면 배우자는 심한 스트레스에 빠지게 된다. 자녀나 취미생활에 집착하거나 외도에 눈을 돌이게 되는 사례가 흔한데 이혼 등 최악의 상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대체적으로 섹스리스 문제는 여성들이 불만을 제기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남편이 성관계를 거부한 부인에게 위자료 지급소송을 내어 승소 판결을 받은 사례가 생겼다.

30일, 청주지법 가사1단독 이형걸 판사는 A(39)씨가 '중매인의 소개로 결혼했으나 성관계를 거부해 결혼생활이 파경을 맞은 만큼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며 필리핀인 B(30·여)씨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중매인의 소개로 입국한 뒤 원고와 혼인신고를 했으나 계속해서 성관계를 거부하는 등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할 의지나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입국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가출한 뒤 원고와 연락을 두절해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르게 됐다"며 "이로 인해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당했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원고가 변태적인 성행위를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원고를 폭행했으므로 혼인파탄의 책임이 원고에게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A씨는 중매인에게 2000만원을 지급한 뒤 필리핀인 B씨를 소개받아 지난해 3월 결혼했다고 한다. 그런데 신부인 B씨가 혼인 후 계속 성관계를 거부하다 같은 해 7월 가출하자 협의이혼한 뒤 "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이 같은 소송을 냈다.

성관계를 거부하는 남편에게 위자료를 받은 아내들에 이어 남편이 관계를 거부한 아내에게 위자료를 받게 되었으니 드디어 부부간의 잠자리에서도 양성평등이 실현된 셈이다. 바람직한 소송이었는지는 명쾌한 판단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