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할 시기에 죽는 건 영원히 사는 것입니다.”

이호연 제31대 해병대 사령관의 안보강연회가 15일 오후 그의 모교인 충북 청주 운호고등학교 고당예관에서 열렸다.

운호고 제6회 졸업생인 이 사령관은 이날 “수천명 앞에서 강의하고 교육훈련도 했으며 대통령 앞에서 브리핑도 했지만 오늘처럼 떨리긴 처음”이라고 말문을 연 뒤 “넓은 공간이 있는 곳, 가르침을 주고받는 곳, 젊음의 패기가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학교와 군대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4대 명문대가 있는 데 거기 들어갈 수 있는 법을 오늘 알려주겠다”며 “4대 명문대는 바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해병대”라고 밝혀 학생들의 분위기를 띄웠다.

이 사령관은 “군대가 무식하고 위험한 곳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며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투명한 기관이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하는 곳이 군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강력한 힘이 필요함을 강연 내내 줄곧 역설했다.

그는 “집을 만들 때 담장을 왜 쌓나. 대문에 빗장은 왜 거나.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하지 않으려 해도 전쟁은 하게 된다. 내 나라의 의지를 타국에 전하기 위해서도 강한 국력은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사령관은 북한의 도발과 관련한 영상을 보여준 뒤 “청소년들의 상당수가 6·25 발발 년도를 모른다. 6·25를 남한이 일으켰다고 알고 있는 청소년도 절반이 넘는다.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과거를 기억 못 하는 국민에게 미래는 없다. 전쟁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베트남의 정글에서 살아 돌아왔는데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죽기도 한다. 이순신 장군을 보라. 죽어야 할 시기에 죽는 건 오히려 영원히 사는 길이다. 그런 걸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군인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우리의 자주국방을 방해한다며 반미를 넘어 혐미까지도 등장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 미국은 우리의 혈맹”이라며 “앞으로의 전쟁에서 자주국방은 있을 수 없다. 다자간 합동이 필수이고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도움을 주는 상당한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고 미국과의 우호 관계가 지속돼야 한다는 점도 학생들에게 설파했다.

강연 후 학생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이 사령관은 성적 우수 학생과 질문을 한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선물을 증정했다. 앞서 이 사령관은 강연 전 3학년 학생들에게 힘내서 공부하라는 의미로 부식도 전달했다.

이 사령관은 지난해 10월 18일 제31대 해병대 사령관으로 취임했다. 6년 동안 틈틈이 익힌 색소폰 연주가 수준급이며 현역 장성이면서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하는 강철 체력으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