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막골 오디농장' 유병열 씨가 수확한 오디를 플라스틱 포장박스에 담으며 상품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2년 동안 놀면서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디 덕분에 요즘엔 피부는 검게 그을려도 마음만은 달콤한 날을 보내고 있지요.”

청주에서 진천 방면 국도를 타고 가다 문백면 옥성리로 접어들면 4천 평 너른 산골짜기에 뽕밭이 눈에 들어온다. 어른 손바닥만 한 뽕잎들이 바람을 받아 나무가 허리를 숙이니 뽕나무들이 모두 산으로 기어오르는 것 같다. 바람에 속살을 드러낸 나무마다 흑진주 같은 오디가 촘촘히 달려 있다.

‘동막골 오디농장’ 농장주인이자 충북 오디 개척자인 유병열(61)씨가 지난 2008년 뽕나무를 심은 지 5년 만에 요즘 제대로 수확의 기쁨을 맛보고 있다. 중부권의 대표적인 오디농장으로 알려지면서 하루 수 십 명이 이곳을 찾는다. 보통 하루에 1㎏들이 300개 정도를 팔고 있지만, 정말 없어서 못 파는 실정이다. 당초 인터넷 판매도 생각했지만 현장판매 물량도 모자라는 판이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확기 이후 판매를 위해 냉동 창고도 마련했지만 입고시킬 물량이 아예 없어 그냥 놀리고 있다.

현재 이곳에 식재된 뽕나무는 모두 1750 그루. 수원, 청일, 국상, 한울2호라는 품종의 뽕나무들이다. 누에치기용 뽕나무가 아니라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수확하기 위해 심은 과실용 품종이다. 조생종인 ‘수원’의 경우 지난 달 29일부터 수확한 것을 시작으로 이달 7일부터는 ‘청일’, ‘국상’, 그리고 엊그제 13일부터는 ‘한울’을 수확하고 있다. 유 씨는 이달 말까지 적어도 5톤 이상의 오디를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요즘 단가는 ㎏당 1만원.

유 씨가 뽕나무를 심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 2008년. 유 씨는 지난 2003년 평생직장으로 알고 다니던 KT를 명퇴한 뒤 이어 자회사에서 2년 동안 더 근무했다. 더 이상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그만 두고는 2년 동안 방황했다.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던 중 2007년 초여름 우연히 상주에 있는 뽕나무밭을 가보고는 무릎을 쳤다. 버릴 게 하나도 없는 것이 뽕나무였다. 그리고 찾아간 곳이 충북도 잠사시험장.

뽕은 혈당을 내려주는 기능이 탁월해 당뇨병 예방에 특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 좋으며, 아이들 발육성장에도 남다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는 최근 대표적인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던 터였다. 앞서 2006년쯤부터 전라도 부안이나 고창지방에서 오디농장이 문을 열었지만, 충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 유병열 씨가 '한울' 뽕나무 가지를 잡아 오디 과육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하고 있다.

유 씨는 잠사시험장 임헌배(55) 지도사로부터 묘목관리에서부터 나무모양 잡기, 물빠짐 관리, 전지작업, 병해충 방제 등의 전문적인 기술을 지도받았다. 충북도 잠사시험장도 마침 전라도의 오디농장 소식을 접하고 오디 재배농가를 육성할 준비를 하고 있던 터라 둘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궁합이 맞춰졌다. 마침 몇 년 전에 구입해 둔 이곳 진천군 문백면 옥성리 전답이 적지라는 판정을 받았다. 임헌배 지도사는 “기후나 토질 측면에서 청주를 비롯한 중부권이 전라도에 비해 재배지로 더 적합한데다 대도시나 수도권으로부터의 시장 접근성도 낫다는 점을 고려해 적극 지도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 씨는 지난 2008년 처음으로 수원, 국상, 한울 묘목을 상주에서 구입해 심었고 그 다음해에는 잠사시험장으로부터 청일 500 그루를 싼 값으로 사 심었다. 묘목값을 제대로 알지 못해 상주에서 1그루당 3000원에 샀지만, 잠사시험장으로부터는 11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뽕나무 재배는 상대적으로 다른 농작물 재배에 비해 품이 덜 든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너무 춥지 않은 지역으로 배수가 잘 되고 용수 확보가 가능하면 별 문제가 없다. 나무 밑에 충분히 퇴비를 주고, 개화기 바로 전에 뽕나무이나 균핵병 같은 병해충을 예방하기 위한 방제작업이 힘든 일에 든다. 한 번 식재를 하고 나면 특별한 투자 없이 매년 수확이 가능하다는 점도 큰 강점에 속한다.

부인 김태례(55)씨와 함께 농장을 운영하는 유 씨는 “나이도 있고 해서 힘든 일을 하기는 어렵지만 뽕나무 재배는 큰 무리 없이 해내고 있다”며 “지난해 처음으로 3톤 정도 수확한 데 이어 올해는 5톤 정도 할 것으로 보지만 내년에는 10톤 정도 오디를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