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장애인 창업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중부명성교회 교육실에서 반찬 전문점 창업을 준비 중인 양명모(25)씨 등이 반찬전문가로부터 조리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12일 충북도내에서는 유일하게 장애인 창업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청주시 흥덕구 분평동 중부명성교회 내 교육실. 반찬 전문점 창업을 준비 중인 10여 명의 장애인들이 강사의 말 한마디라도 흘릴세라 귀를 세우고 있다. 그 가운데 전신화상을 입은 지체장애 2등급의 양명모(25·청원군 강내면)씨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 배우는 과목은 인테리어 컨셉 및 금액 산출에 관한 것. 전문 강사로부터 반찬 전문점의 기본적인 인테리어 개념 및 전략에 대해 강의를 들은 데 이어 실제 인테리어 사례들을 영상으로 훑어봤다. 양씨가 장애인창업지원 교육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12일. 모레 14일이면 총 112시간의 반찬전문점 창업교육을 모두 수료하게 된다.

“교육이 끝나는 대로 1억원의 장애인 인큐베이터 창업지원금을 융자 받아 저만의 가게를 열 계획입니다. 5년 후에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중국에 진출해 중저가 커피전문점을 운영할 꿈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의 커피시장은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 양명모(25)씨가 다섯 살 때 입은 화상으로 손가락이 하나밖에 남지 않은 왼손을 사용해 능숙하게 오뎅반찬을 만들고 있다.

양씨는 지난 100여 시간 동안 온라인 반찬판매 전략, 조미료에 대한 이해, 반찬전문점 창업전략, 반찬전문점 사업타당성 분석과 사업계획 수립, 반찬전문점 메뉴, 고객 체질에 맞춘 식단 구성, 주방 및 식자재 관리, 시장 조사 등 창업과 관련된 거의 모든 절차에 대해 전문가들로부터 무료로 교육을 받았다. 특히 양씨는 교육 내용 가운데 상권 및 입지분석이나 홍보전략 등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이곳에 오기 전 양씨는 천안에서 콘테이너 박스로 노점상을 차려놓고 생과일 주스를 팔았다. 매출액은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6개월도 되지 않아 도심 재개발사업에 따라 철거명령이 떨어졌고 장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도 양씨는 소시지를 취급하는 개인유통 사무실을 4개월 정도 운영했고, 이에 앞서 전문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7개월 정도 면사무소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그는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려 했다.

양씨가 3도의 전신화상을 입은 것은 다섯 살 나이에 시골집에서였다.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가스폭발로 인한 사고였던 것으로 그는 알고 있다. 그때 사고로 양씨의 양 손은 오그라들어 겨우 2개의 손가락만 사용이 가능하다. 부모님이 성격차이로 이혼한 뒤 현재는 22살짜리 대학생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아직도 장애인들에 대한 선입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고 운전자격증까지 땄는데도 사람들은 장애인들이 으레 능력이 없는 사람들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대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노력한 만큼은 인정을 받았으면 합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예심복지재단의 이상규 사무국장은 “여기 장애인들 모두 자신만의 반찬전문점을 꿈꾸며 열심히 준비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양씨는 가장 젊으면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배우고 있다”며 “복지 혜택을 받기보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눈물 나게 노력하는 장애인들이 제대로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예심복지재단은 지난 2002년 (사)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 충북지부로 출발해 지난 2003년 장애인 근로시설인 ‘예심하우스’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 2005년 예심복지재단으로 정식 인가를 받았다. 또한 지난 2008년에는 재단 내 장애인보호작업장인 ‘예심 하우스’가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되기도 했으며, 지난 해에는 올해의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