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충북도지사 관사.

71년 간 충북도민과 함께 영욕의 세월을 보낸 옛 충북도지사 관사가 애초 문화관 조성 취지와는 달리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이시종 충북지사가 이곳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조성키로 공약한 반면 지금까지 관련 비용 16억1천만 원만 소요됐을 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각에선 소통의 장으로 활용돼 온 지사 관사가 폐지됨에 따라 지사와 직원 간은 물론 도민과 대화의 창이 막혀 불통행정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0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청주시 상당구 대성동 옛 충북지사 관사는 터 9천512㎡에 건물 3동 형태의 566㎡ 규모로, 초대 윤하영 지사부터 32대 정우택 전 지사까지 역대 지사들이 71년 간 사용했다.

하지만 2010년 6·2 지방선거 때 현 지사인 이시종 민주당 후보가 도지사 관사를 개방, 문화예술 공간 조성을 선거공약으로 내놓는 바람에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이 지사의 공약 이행에 따라 도는 우선 새 관사 마련을 위해  2010년 7월 청주시 사직동 푸르지오 캐슬아파트 155.6㎡(47평형) 규모 1채를 1년 후 매입 조건에 1억5천만 원 전세 계약했다.

이 때문에 당시 서민 도지사를 자처한 이 지사한테는 호화 아파트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어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특히 도는 일부 도의원과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작년 8월 이 아파트를 3억5천100만원에 매입, 연간 500만 원 이상의 관리비를 지출하고 있다.

개방 후 지금까지 16억1천만원 소요

더욱이 도는 현재 문화관 조성 리모델링 사업비 9억6천만 원과 동시에 옛 관사 내 공원 새 단장을 위해 3억 원을 들여 공사를 벌이는 등 지금까지 새 관사 구입비를 포함해 총 16억1천100만원을 소요했다.

도는 위탁관리 업체를 공모해 운영할 계획이며 오는 7월 1일 문화관 개관 기념식을 가질 예정이다. 문제는 이곳을 관리·보존하기 위해 앞으로 재원이 얼마나 더 소요될지 의문시된다는 점이다.

특히 수십억 원의 혈세를 낭비한 만큼 대중성을 지닌 문화예술 공간으로 제 역할을 해낼 지 여부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일부에서는 문화예술인들만의 독점적인 공간 활용 또는 해당 지역 주민들만 이용하는 쉼터로 전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인력·경비가 많이 소요된 옛 관사를 개방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수억 원씩 주고 새 관사를 매입하며 수십억 원을 들여 옛 관사를 리모델링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경우”라며 “기존 관사를 사용하면서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충분했는데 혈세를 낭비하면서까지 생색내는 것은 그릇된 행태”라고 꼬집었다.

충북도 관계자는 “지사의 공약에 따라 개방해 문화관으로 조성하기 위한 리모델링 예산 소요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위탁관리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며 도민 누구나 이용하며 참여할 수 문화관으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2003년 3월 13일 청주지역 1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당시 이원종 지사 관사 앞에서 ‘도지사 관사를 전면 폐지하고 공익시설로 활용하라’는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현재 뚜렷한 활용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