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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기 위해 죽여야 한다니요류경희 편집국장
류경희  |  queenkyungh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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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6.04  18: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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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과 폐지로 극렬한 갈등에 말려 있던 서원대 학내 갈등이 어느 정도 진정될 기미다. 구조 대상으로 발표됐던 6개 학과 중 예술학부의 폐과 대상 학과들이 명줄을 간신히 유지하게 돼서다. 음악학과와 연극영화과는 공연예술학과로, 화예디자인학과는 디자인학부로 통합되고, 미술학과는 융합아트학과로 명칭을 바꿔 살아남게 될 모양이다.

새로운 재단 영입으로 20년 만에 간신히 제 꼴을 찾게 되었나보다 안도하던 서원대의 동문과 학생, 교수들은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일부 학과를 폐지한다는 방침이 발표되자 거의 패닉상태에 빠져 있었다. 날벼락 같은 학과 폐지 통보로 하루아침에 다니던 과가 없어지게 된 학생들은 ‘우리 과를 제발 살려 달라’며 눈물로 애걸했다.

서원대는 지난해 9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정부재정지원 제한 대학' 43곳 중 한 곳으로 지정되는 수모를 당한 바 있다. 자칫하면 퇴출대학이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자, 대학 측이 선택한 비장의 결단이 영양가 없는 학과의 폐지결정이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졸업생 취업률을 정부 재정지원과 연계하고 있다. 교과부의 9가지 평가지표에서 하위 15%에 속한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이 제한되는데, 호환마마보다도 무서운 9가지 평가지표 중 재학생 충원율(30%) 다음으로 높은 비중이 취업률(20%)이다.

‘졸업하고도 변변한 밥벌이를 못하는 공부는 뭐하러 하겠느냐’로 이해되는 평가지표 기준에 숨통이 콱 막힌다. 하도 많이 먹어 영양과잉으로 인한 성인병을 걱정하고 있는 이 시대에 생뚱맞은 보리고개 타령은 왜 하고 있는지, 지표를 정한 나리들의 뇌 구조를 의심하게 되는 골 때리는 기준이다.

교과부는 오는 2013학년도부터 취업률 절대평가 기준을 45%에서 51%로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앞으로 취업률이 낮은 학과가 통폐합 대상이 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는 얘기다.

학생보다 재정 손실이 우선인 서원대

당초 서원대가 없애기로 결정했던 학과의 대부분은 예술관련 학과들이었다. 취업률을 기준으로 예술 활동을 획일화된 수치로 평가하여 죽이겠다는 대학의 발표에 비난이 빗발쳤다.

특히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재단과 보직자들의 예술에 대한 편견과 몰지각을 노골적으로 공격했다. “취업 충원률 등 경제와 효율의 잣대로 적용된 문화예술관련 학과폐지결정을 철회하고 구조조정에 앞서 지원과 협력으로 관련학과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먼저 제공해야 한다”는 성토가 초상집 같은 예술학부에 큰 힘을 실어 줬다.

21세기의 트렌드를 문화라고 한다. 문화 경쟁력이 기업과 국가의 흥망을 좌우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문화가 가진 엄청난 에너지에 눈을 뜬 선진국들에 의해 ‘컬처노믹스’(Culture nomics)라는 개념이 생긴 지 한참으로, 문화를 가까이 해야 돈이 된다는 이론은 인간의 감성과 꿈을 파는 감성적 소비문화시대가 도래했음을 설명하고 있다.

세계가 컬처노믹스에 주목하고 문화관련 전문가 양성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이때에, 대한민국의 교육과학기술부는 단순 취업을 기준으로 하여 문화 관련학과 죽이기를 재촉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일률적인 평가지표 적용이 옳은가에 대해 서원대 관계자는 “우리도 그 지표가 과연 합리적인지 의문이 들지만 대학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취업률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옳지 않다는 건 알지만 우선 살아남기 위해 무조건 죽일 수밖에 없다는 장사치 같은 발언이 공익적이며 비판적인 지식을 생산해야할 대학의 입장이라니 듣는 귀를 의심하게 된다. 급기야 취업 준비 학원으로 격이 떨어진 대학의 자화상이 서글프고 처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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