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연초제조창 내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충북 청주시가 문화예술 강화를 목적으로 경영지원부, 문화산업부, 비엔날레부 등 3개 부서로 운영되던 시 문화산업진흥재단에 문화예술부를 신설했으나 공직 관련 혐의로 자진사퇴했던 인물을 채용하면서 특정 인물을 위한 시의 ‘위인설관(爲人設官·어떤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일부러 벼슬자리를 마련함)’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더욱이 무혐의를 주장하는 J씨가 지역 신문사에 입사해 친 시장 성격의 기사를 계속 보도하고 친구인 현 청주시의회 의장 등을 동원, 한범덕 시장에게 ‘로비’를 벌이자 한 시장이 J씨를 채용하기 위해 공고 형식을 빌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비난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시는 문화산업진흥재단이 문화산업의 영역에만 머물지 말고 청원군과의 통합에 대비해서라도 문화예술 분야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한 시장의 지시에 따라 문화예술부 신설을 추진하면서 지난달 1일 채용 공고를 냈다.

채용 분야는 5급 상당의 부장급을 비롯해 7∼9급 상당 직원이었고 재단은 같은 달 21일 5급 상당 서류 합격자로 N씨와 J씨를 선정한 뒤 22일 면접을 거쳐 J씨를 최종 합격자로 공고했다. 재단은 5급 부장 채용에 N씨와 J씨만 신청하자 이들 모두 서류전형에서 통과 시킨 후 면접에서 당락을 결정했다.

그러나 J씨의 채용을 두고 계획된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무수하다. J씨가 재단에서 문화산업팀장을 지내다가 2009년 감사에서 공금횡령 등 다수의 공직 관련 혐의로 고소되자 자진사퇴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J씨는 대법원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았으나 공금횡령 부분에 한정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J씨는 이시종 충북도지사의 선거캠프에서 기획 업무를 담당했으며 연철흠 시의회 의장과는 친구 사이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그는 연 의장과의 관계를 이용, 한 시장에게 복직을 요청했고 이에 한 시장은 공직사회의 반발을 우려, 그동안 거부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연 의장은 물론 이 지사 역시 한 시장에게 지속적으로 채용을 건의하고 J씨가 지역 일간 신문사에 입사한 뒤 시청에 출입하면서 친 시장 성격의 기사를 보도하는, 이른바 ‘작업’을 벌인 결과 한 시장이 부서를 신설하고 직원 채용 공고를 내게 했다는 후문이 무성하다.

재단 내에서도 자진 사퇴한 자의 복직에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상당한 시간을 문화산업팀장으로 일했지만 공직 비리 혐의로 자진 사퇴한 사람을 위해 없던 부서까지 만들어 주는 게 말이 되냐는 이유다.

게다가 10여 년 동안 비엔날레부장을 지내며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국가적 행사로 키워 온 변광섭 부장을 J씨의 희망에 따라 문화예술부장으로 전보시키고 비엔날레부장에 J씨를 앉힘으로써 채용 공고가 특정 인물을 뽑기 위한 ‘쇼’였다는 비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역량 있고 참신한 인물이 새로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10년 이상 유지돼오던 자리에 덜컥 새 인물을, 그것도 공금 횡령 등의 혐의로 자진 사퇴했던 인물을 채용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며 “자진 사퇴였기 때문에 복직이 아니라 신규 채용이라곤 하지만 재단 직원들 대부분은 복직으로 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