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의 행정구역 통합 분위기가 오는 27일께 찬반 군민투표를 앞두고 있는 등 표면적으로는 고조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사안인 구청 위치 등이 하나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속도내기라는 여론이 일고 있다.

더구나 1998년 여수시와 여천시, 여천군이 통합된 여수시의 경우 찬반 투표용지에 통합 시 이행할 약속을 명시까지 했음에도 통합 후 14년이나 지난 지금도 주요 기관 이전 등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볼 때 중요 사항을 결정하고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수시는 통합 추진 당시 6개 항에 합의했다. 합의한 사항들은 △통합시청 위치 △의원정수 유지 △여수상공회의소 여천시로 이전 △공공기관 및 사회단체 여천시로 이전 △여천군에 투자되는 자체사업비 규모 △기타 지역현안 여천시·군에 우선권 부여 등이다.

이 중 통합시청 위치와 의원정수 유지는 합의한 대로 지켜졌으나 나머지 사항에 대해선 아직도 논란이 많다.

여수상공회의소 이전은 아직 추진 중이고 공공기관 및 사회단체 이전도 절반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가장 낙후된 여천군에 투자되는 자체사업비 규모를 국도 보조사업과 양여금 사업을 제외한 총 가용재원의 30% 이상으로 한다는 내용도 시 기획실 추산으로는 잘 지켜지고 있다지만 주민들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다고 해 여전히 논란거리다.

기타 지역현안 여천시·군에 우선권도 시는 가용재원의 40%를 투자하고 있다지만 범대책시민위원회는 그렇지 않다며 시와 대립각을 세우는 형편이다.

중앙정부의 교부금 규모도 통합 당시에는 정부에서 5년 간 지원해줬으나 중복되는 사업 등이 줄어들면서 통합 전에 비해 적어졌다.

이처럼 중요 사항에 합의하고 통합을 이뤄도 10여 년 째 논란이 끊이지 않는 여수시와 달리 청주·청원은 통합시청과 신설 구청 위치 등 가장 중요한 사항은 찬반 투표 후 결정한다는 입장이어서 관 주도의 단체장 치적 쌓기용 통합이라는 비난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여수시, 시청사 위치 등 6개 합의 사항 투표용지에 표기했어도 14년째 미이행

청원군의 한 공무원은 “지금은 군수가 아침에 현안사업장을 돌아보다 시골마을 이장도 만나고 그러는데 인구 82만명의 통합시가 되면 시장이 오지마을까지 갈 수 있겠나”라며 “여수의 경우 외곽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퇴직공무원들이 모인 단체를 통해서야 시장과 연결이 가능하다. 또 찬반 투표용지에 합의사항을 명문화해서 통합을 했는 데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판에 청주·청원은 이런 것을 정하지도 않고 통합을 시도한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군수가 입술이 부르트도록 통합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통합되면 시에서 근무하게 되는 6·7·8급들은 좋아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청주의 경우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는 데 길게는 18년 걸리는 반면 군은 13년이면 다 된다. 그러니 통합이 되면 밀려있는 시 공무원들부터 우선 승진시키지 않겠나. 구청 위치 역시 만약 오송으로 한다면 오창이 가만히 있겠는가. 당장 통합을 취소하라며 들고 나올 것이다. 주민 여론을 수렴하고 이런 문제를 선결해야 하는데 너무 무리하게 속도를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