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지방산업단지(바이오밸리) 지정 폐기물매립장에서 침출수가 외부로 유출되는 등 토양과 하천 오염을 가중시키고 있으나 뒤늦게 이를 확인한 당국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또 그동안 민간사업자는 막대한 수익을 챙긴 반면 수백억 원 대에 달하는 침출수 처리 등 복구비용은 고스란히 자치단체가 떠안아야 할 처지여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 커진다.

제천시 등에 따르면 시는 2006년 제천시 왕암동에 바이오밸리를 조성하면서 지하 20m, 매립용량 17만3천580㎥ 규모의 지정 폐기물매립장 설치를 허가했다.

이곳은 바이오밸리 입주기업이 배출하는 폐기물 처리를 위해 조성됐으나 외지 폐기물이 무분별하게 반입되면서 2년여 만에 포화상태가 되자 시 등은 2008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이 매립장의 매립용량을 25만9천458㎥로 늘려줬다.

이 폐기물매립장은 이전 사업주의 부도로 법원 경매를 거쳐 지난달 현 사업자가 새 소유주가 됐다.

그러나 남아있는 매립고가 0.5m에 불과한데다 원주지방환경청의 행정처분으로 영업이 중단됐기 때문에 재개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이곳은 2006년 7월 장마 때 폐기물매립장 외부 에어돔이 붕괴되면서 다량의 빗물이 매립장으로 유입됐고 이때 발생한 악취로 민원이 들끓었다.

시와 민간사업자는 침출수를 퍼내 처리하느라 애를 먹었으나 처리된 양은 일부에 불과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제천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매립장 내에 설치된 차수막이 훼손됐을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침출수가 지속적으로 외부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아직도 이 폐기물매립장 속에 침출수 8만t이 존재한다고 추산된다는 점이다.

환경단체의 주장처럼 차수막이 훼손됐다면 중금속에 오염된 침출수는 계속 유출돼 인근 하천과 토양을 황폐화할 수 있다.

논란이 커지고 있는 만큼 설득력 있는 개선공사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이 개선공사는 민간사업자의 몫인데도 원 사업자는 부도로 공사비용을 부담할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현 사업자 역시 폐기물매립장 내 남은 매립용량을 채우는 영업을 한다 치더라도 예상 수익은 20억원에 불과하다.

시는 현 사업자에게 폐기물매립장 내 침출수를 퍼내 정화할 수 있는 처리시설을 만들도록 요구할 방침이지만 사업자가 15억원의 비용이 드는 처리시설 설치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최악의 경우 침출수 처리 등 400억~500억원으로 추산되는 이 폐기물매립장 개선공사 비용을 시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다.  시가 최초 민간사업자에게서 받아 둔 복구 예치금은 7억원에 불과하다  .

▶제천시·제천시의회 늑장 대응 발만 동동

제천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위원장 신철성)는 지난 24일 이 폐기물매립장과 인근 미당천 현장을 점검한 결과 폐기물매립장 표면에 흥건한 침출수를 비롯해 인근 토양과 하천에서 발생하고 있는 악취 등을 확인했다.

최경자 의원은 “매립장 침출수의 외부 유출은 큰 재앙이 될 것”이라며 “바이오밸리 우수관이 연결된 미당천에는 물고기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승동 의원도 “냄새가 아주 많이 나고 있었지만, 폐기물 매립 전에 설치한 차수막이 훼손됐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는 실정”이라며 “수수방관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 서둘러 문제점을 확인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련 김진우 사무국장은 “2008년 4월 폐기물매립장 폐수가 산업단지 내 인근 하천에 유출돼 심한 악취를 내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지금도 지속적으로 폐수가 유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매립장 내 폐기물이 스펀지처럼 물을 빨아들이고 있는 상태여서 침출수 양이 얼마나 될지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다”며 “민간 사업자에게 처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사업자 측의 재정 부담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장마 때 폐기물매립장으로의 빗물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먼저 주변 우수로를 정비할 것”이라며 “시민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철저한 개선공사 추진을 사업자 측과 협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