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암배추를 개발한 증평 제일종묘농산의 박동복 명장(57)

세계에서 처음으로 항암(抗癌)배추가 우리나라에서 개발돼 농가소득 증대와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고 종자 주권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충북 증평군 도안면에서 제일종묘농산을 운영하는 종자 명장(名匠) 박동복(57)씨는 8일 13년 간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항암배추(Korean Cabbage) 연구 과정과 성과 등을 공개했다.

항암배추는 일반배추에 비해 암 발생을 억제하는 기능성물질인 베타카로틴(β-carotene)과 글루코나스투틴(Gluconasturtiin)을 각각 34.5배와 33배 많이 함유하고 있는 사실이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식품연구원과 충남대 식물성분분석센터 등의 검사 결과에서 밝혀졌다.

또 지난 5월 신라대학교가 암 세포에 항암배추 추출물을 주입한 실험에서도 암 세포 성장 저지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항암배추 개발에 나선 것은 1998년 유럽 출장 중에 외국인들이 항암성분이 많이 함유된 순무를 즐겨먹는 사실을 알고 귀국 후 배추에 순무를 교잡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배추와 순무는 개와 고양이처럼 종(種)이 서로 달라 성공 확률이 낮은 무모한 도전이었으나 그는 종자 명장으로서의 탁월한 육종 실력을 앞세워 국민건강과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항암배추 육종에 매달렸다.

▲ 항암배추를 개발한 증평 제일종묘농산의 박동복 명장(57)

박 명장이 이 과정에 쏟아부은 시간은 무려 13년, 비용은 33억여원이나 소요됐다.

작년 전국 400여 농가에서 실증시험과 지역적응시험을 거쳐 성공을 거둔 뒤 올해 괴산군 내 150농가를 비롯해 전국에 종자를 공급했다.

또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에서도 실증실험에 들어가 빠르면 내년부터 전 세계에 항암배추가 공급될 전망이다.

▲ 박동복 종자 명장이 13년에 걸쳐 개발한 항암배추

특히 중국은 배추의 영어명이 'Chinese Cabbage'인 점을 들어, 일본은 '기무치'를 내세워 각각 김치 종주국이라고 주장하는 등 최근 김치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김치 종주국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명장은 "기존 배추를 사용한 김치로는 중국, 일본과의 경쟁에서 차별성을 찾기 어렵게 됐다"면서 "이번에 개발한 항암배추를 'Korean Cabbage'로 명명, 맛과 성분이 월등한 한국김치가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항암배추가 미칠 국내외 경제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밝힌 그는 "외국 종자회사가 70% 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국내 배추 종자시장에서 순수한 우리 기술로 만든 항암배추로 종자 주권을 되찾게 됐다"고 덧붙였다.

2005년 세계 첫 항암쌈배추를, 2008년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와 함께 식후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당조고추를 각각 개발하는 등 그동안 270여종의 종자를 육성한 박 명장은 2009년 8월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우리나라 첫 채소 부문 종자 명장으로 선정됐다.

그는 9일 오후 2시 서울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국회의원, 농촌진흥청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전 세계인이 먹을 기능성 항암배추 발표회'를 갖는다.

한편 괴산군 내 농가들은 올해부터 김장용 항암 절임배추를 생산, 20㎏들이 1상자를 4만원에 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