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찾아도
그 어디에도 없던 당신이
지금은 내가 담배를 빼어 물자 옆에서
불을 붙여 주신다
잔 가득 맑은 소리로
소주도 따라 주신다
덜컹거리는 문으로 저만큼을 서 있다가
맞은편 벽의 오래 된 바다 그림으로
물끄러미 나를 지켜보기도 하고
소리 없는 미소로 내 얼굴을
따뜻이 어루만져 주신다
이건 아니라고
절대로 그럴 수는 없다고
억지스런 눈빛이어도 당신은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다
술잔을 앞에 하고 고개를 떨군 내게 당신은
슬쩍 고개 돌려 창밖만 내다보신다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나서자 당신은
그렇게 등뒤에 남아 안타까이 서 계신다
아니, 내가 다시 떨치듯 돌아서 걷자
저만치 어두운 골목길을 당신은
어느새 나보다 앞서
꺾어들고 계신다

▶충북 보은 출생
▶1983년 『월간문학』
▶시집『아버지는 두릅나무 새순만 따고』『분리된 꿈』
『속초행』『하늘뜨락』
▶현 청주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