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진 취재부장

최근 충북 음성군 모 여중학교에서 한 교사(28)가 학생들의 요구에 못 이겨 무릎을 꿇었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교권과 인권의 우선권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수업 도구로 이용된 여학생이 수치심을 느낀 나머지 울음을 터뜨렸고, 이를 본 같은 반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사과를 요구했다는 내용의 이 기사는 사건의 실체를 떠나 교사가 학생들의 요구에 패장(敗將)처럼 무릎을 꿇었다는 선정성 때문에 삽시간에 전국적인 뉴스로 떠올랐다.

알려진 내용에 따라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보자. 28살의 초임 과학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중력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여학생 두 명을 교단 앞으로 불렀다. 하나는 뚱뚱하고 힘이 세 보이는 여학생, 다른 하나는 깡마르고 약해 보이는 여학생이었다. 30여 명의 같은 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두 학생은 친근한 수업도구로 활용되었다.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뚱뚱한 여학생은 깡마른 여학생을 끌어 당겼고, 깡마른 여학생은 쉽게 끌려왔다. 친구들은 까르르 웃어댔다. 이런 게 바로 중력의 원리라며 선생님은 설명을 덧붙였다. 그렇지 않아도 뚱뚱해 고민을 하던 여학생은 자기도 모르게 울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교실 분위기는 서먹해지고, 학생들은 뚱뚱한 친구의 울음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친구가 우는 이유를 알아챈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교사는 여학생에게 다가가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사과했다.

이를 두고 교계에서는 교권실추라며 분노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렇지 않아도 학생인권 조례 제정을 둘러싼 어수선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무릎을 꿇게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교사들의 피해의식을 자극할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이번 일은 선생님이 학생들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일화에 지나지 않는다. 여중 1학년이라는 민감한 나이에,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인 수모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그만한 나이의 여학생에게 힘이 세다는 것은 어쩌면 부끄러움일 수도 있다. 선생님이야 그런 불순한 의도가 전혀 없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 여학생은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굳이 그런 방법으로 중력의 원리를 설명하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그 선생님이 민감한 나이의 여학생이 느낄 수 있는 문제를 조금만 더 생각했더라면 다른 방법을 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무릎을 꿇었든, 그렇지 않았든 선생님이 여학생에게 사과를 한 것은 패배가 아닌 솔직한 인정일 뿐이다. 그나마 젊은 선생님이기 때문에 서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학생들의 행동을 두고 교권침해라고 보기도 어렵다. 친구가 수치심에 울음을 터뜨리는 상황에서 같은 반 친구로서 동정심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선생님에게 항의 표시 하지 못하고 속으로 분노를 삭이던 예전에 비하면 요즘 학생들의 의사표현은 오히려 우리 학생들의 인식의식이 성장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봐도 좋을 듯하다. 굳이 교사와 학생 간 대립의식으로 보는 시각이 더 문제인 것이다.

교권이 인권에 앞서지 않는다. 인권을 먼저 배려하지 못하는 교권은 스스로 실추될 수 있다. 존경받는 교권은 학생들에 대한 세심하고 따뜻한 이해에서 비롯된다.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먼저 학생들의 마음, 사람의 마음을 배워야 한다. 교사와 학생 사이 건강한 소통을 위해서는 선생님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