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개관 당시 사랑의 나눔마켓.

종교가 갖는 사회적 책임은 ‘함께 살아감’이다. 이 더불어 살아가기를 위해 일체의 외부 도움 없이 성도들의 헌금으로 사랑 나눔을 실천하는, 작지만 큰 공간이 있다. 첫 울음을 터뜨린지 얼마 안 된 듯 했던 이 공간이 올해로 다섯 살이 됐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 청주주님의교회(담임 주서택 목사)가 맞춤식 구제를 위해 2007년 4월 29일 문을 연 사랑의 나눔 마켓이 2012년 개관 5주년을 맞았다.

이 마켓의 ‘카운터’에서는 돈이 오가지 않는다. 찾아온 사람들은 상품권을 건넨 뒤 자신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갖고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교회가 마켓을 운영하고 돈 대신 상품권을 취급한다’ 일견 이게 무슨 조합인가 싶기도 하지만 이 마켓은 교회의 맞춤형 사회 구제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나눔마켓은 청주주님의교회가 다섯 살이 됐을 때 탄생했다. 2002년 12월 교회 개척 후 창립 5주년을 맞았을 때 교회만의 교회가 아니라 이웃 사랑 실천이라는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지에 따라 나눔마켓이 문을 열었다. 성도 훈련과 목자 구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함이다.

이 마켓의 운영 원칙은 두 가지다. 진정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고 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말자는 것.

이를 위해 청주주님의교회는 해마다 1억원을 들여 사랑나눔상품권을 발행하고 매월 신도들에게 1인당 5만원 상당을 지급했다. 그렇게 교회 밖으로 나간 상품권은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된 이웃들에게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신도 등의 도움으로 전달됐다.

장애인이나 일시적으로 거동이 불편한 이들의 요청이 있으면 가정으로 배달도 해준다. 마켓은 자원봉사자들이 돌아가며 운영한다. 매주 화·수·목요일 문을 연다.

165m²(약 50평) 정도로 결코 넓다 할 수 없는 공간이지만 진열대에는 쌀·라면·된장·고추장·세제·화장지·통조림·의류 등 생필품 40여 종이 꽉 들어차있다.

▲ 청주주님의교회의 사랑나눔마켓을 찾은 이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직접 돈이나 물품으로 주지 않고 다소 번거로운 상품권 발행이라는 방법을 택한 이유는 도움을 받는 이들이 정말로 필요한 것을 구하게 하고 그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함이다.

대부분의 나눔 활동은 특정 물건을 정해서 주기 때문에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정말 필요한 게 아닌 경우도 가끔 생기기 때문이다.

이 마켓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이웃 사랑에 신도냐 아니냐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도들은 생계에 신앙은 상관이 없다는 믿음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상품권을 전달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 교회 추산 8천21가구가 나눔마켓을 통해 혜택을 받았으며 구제비는 총 4억105만원이 집행됐다. 이 재정은 100% 청주주님의교회 성도들의 헌금이다. 청주주님의교회는 나눔마켓을 비롯해 전체 예산의 50% 이상을 선교와 교회 밖 이웃 사랑에 쓰고 있다.

지난 16일엔 청주시를 방문, 저소득층을 위해 사용해달라며 5천만원 상당의 나눔마켓 상품권을 전달했다. 5만원씩 나눠질 때 1천명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액수다.

당초에는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이 대상이었으나 지금은 점점 늘어가는 새터민과 조선족, 외국인 유학생들에게까지 확대하고 있다. 기본적인 법적 보호는 받는다지만 실제 생활은 힘든 이들과 같이 하는 가교 역할을 자청하는 것이다.

청주주님의교회 행정 담당 이영규 목사는 “신도들의 도움으로 상품권을 전달해오다가 사창동사무소 등에도 일정액을 보내는 등 경로를 점차 확대하며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혜택을 받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청주시에 5천만원 상품권을 전달한 것도 그런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생활고를 비관해 일가족이 자살하고 생존권이 위협 받으면서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우리 교회 지역 내에선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며 “전국에 이런 공간이 생긴다면 더불어 사는 사회 만들기의 한 부분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