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문화동 옛 충주의료원 부지 활용 방안을 놓고 충북도와 충주시의 입장차가 너무 커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종 결재권자인 이시종 충북지사는 의료원 공사비 충당을 위해 매각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반면, 충주시는 이곳에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면서도 결심을 미뤄 눈치보기 행정이란 비난을 사고 있다.

15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이 지사는 충주의료원 활용 방안에 대해 “부지를 매각해 신축병원 건축비용을 충당하는 것이 당초 도의 계획”이라며 “앞으로 20년 동안 매년 58억원씩 1154억원의 공사비를 상환해야 하는 도의 재정 부담도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그는 또 “충주의료원 터에 문화시설을 하자는 주민들도 있지만, 언론에 나오지 않는 현지 주민 대부분은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매각을 통한 공동주택 건설을 염두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실제 옛 의료원 부근 문화동 주민들을 중심으로 최근 주민 4000여명은 공동화 현상 방지와 상권보호 및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서명 운동을 벌이는 등 공동주택 건축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지사의 이 같은 구상도 녹록지 않다. 지난 3월 최저가 82억8천400만원 1차 공매에 이어 15일 같은 가격으로 공매를 진행했지만 유찰됐다.

이 같이 유찰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 위치에 이 가격대로 부지를 매입해 공동주택을 지을 경우 손해 볼 것이 불을 보듯 뻔해 건설회사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파트 시행사의 경우 65억 원 정도로 매입해 80㎡ 규모의 공동주택 300세대 이상 건축할 경우 겨우 수익 타산이 맞는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성옥 도의원(충주 제2선거구)은 “평당 170만원이 넘는 비싼 땅을 매입해 문화공간을 조성하기보단 시내에서 좀 벗어나 전망 좋은 곳 중 30∼40만원대 부지를 매입해 조성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며 “현 위치에 아파트가 아닌 문화공간이 들어설 경우 문화동 일대 주민들 반대는 당연하며 난리가 날 것이다”고 했다.

"복합문화공간 조성, 후손에 자랑스러운 행정 표본"

하지만 충북환경연대와 도시미래포럼(대표 류상규 교수) 등 지역 내 오피니언리더들의 입장은 다르다.

충주시가 이를 매입해 복합예술공간으로 조성하던지 도립미술관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박일선 충북환경연대 대표는 “충주시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문화적 향유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권리와 행복을 80억 원과 바꿀 수 없다”며 “도심 속의 유일한 녹색세상을 만들어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도록 시는 매입을 서두르는 것이 후손들한테 자랑스런 행정표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는 애초 이를 매입해 문화공간을 조성할 뜻을 내비쳤지만 최근 들어 공식 입장 표명을 유보한 채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시가 선뜻 결정을 하지 못하는 데는 문화동 일대 상인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이 공동주택 건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결국 충북도는 의료원을 매각해 빚을 갚자는 것이고, 인근 주민들은 먹고 살 수 있게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반면 시는 미래 살기 좋은 아름다운 도시인 ‘중심고을 충주’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당연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시민단체의 문화 공간 조성 의견도 타당해 검토할 부분이며, 의료원 이전에 따른 공동화 현상 때문에 상권 위축과 인구 감소 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조만간 시가 의료원 활용방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